행사를 직접 맡아 주관한 KOICA는 각종 지원 프로젝트와 더불어 2003년 현재 13명의 봉사단을 이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다. 봉사단이 활동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봉사단이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그들의 심금을 울리는 나라는 미얀마에 한국뿐이라는 감동적인 사실. 이것도 그들이 우리에게 보이는 깊은 관심에 대한 갚음의 일종이라고 생각된다. KOTRA에서 주관하고 행사 기간 내내 인파가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찼던 ‘한국 상품 전시회’는 바로 이 나라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반영해 주었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 행사에 애초에 ‘가을동화’의 출연진들 중 하나를 초대하려 했었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섭외 결과 금액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나서 계획을 바꾸어 당시 미얀마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고 있던 한국 드라마 출연자 중 하나와 접촉했다. 하지만 그 역시 상상을 넘는 금액을 요구했고 더욱이 몇 명의 스태프의 체재비용까지 요구했단다. 그 연예인의 경우 미얀마에서 그다지 인기도 없고 돈을 그만큼 쓰고 데려올 형편도 아니어서 계획은 취소되었다. 그러나 만약 그가 왔더라면 단지 한국 연예인이라는 점만으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왔을 것이 틀림없다. 그랬더라면 막 불붙기 시작한 한국에 대한 열렬한 관심에 말 그대로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 한국과 미얀마의 더욱 친밀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래서 바로 이 시점에서 아쉬운 것이 연예인들의 대승적 차원의 의식이다. 미얀마에도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늦기는 했지만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불어닥친 것이다. 이런 열풍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는 법이 없다. 바람이 불었을 때 그 바람을 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본의 잣대로만 잴 일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누군가는 돈에 연연하지 말고 다녀갔어야 한다. 행사 기간 중에 한국의 한 가전업체가 경품으로 냉장고 한 대를 내놓았는데 그것에 호응하여 1층 전면에 마련된 무대 앞을 질서 정연하게 가득 채운 상태에서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그들 군중을 보며 눈물이 날 만큼 찡한 마음이었다. 그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와서 그것을 추첨하고 전달했다면 그들은 얼마나 감격했을까. 한류 바람을 타고 영화 ‘쉬리’를 들여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담당자가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조건이 맞지 않아 수입이 안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세계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한국 영화계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받은 가격에 비해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미얀마에 수출한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보면 우리 측의 전략적이고 탄력적인 사고가 더욱 아쉽다. 물론 메뚜기 한철이라고 소위 잘 나갈 때 돈을 벌어야 하는 한국 연예인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한국 연예인이 외국에서 많은 개런티를 받거나 국산 영화가 비싼 금액에 팔리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나와서 보니 국제 연예계의 사업, 영어로 이른바 비지니스는 무조건 자본의 논리로만 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아진다. 국익 차원에서 그것을 인식하는 당사자와 업계의 지혜가 정말 요청된다. 연예인의 경우 본인이 잘 모른다면 매니저나 관련자 등 옆의 누구라도 일깨워줄 일이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했다면 어찌되었건 지식이 많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당연하게도 최고의 지식인으로 대접받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거나 최고의 출연료를 받는 연예인이 그 나라 최고의 배우이거나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최고의 인격을 지닌 인간은 아니다. 돈의 액수에 현혹되어 자칫 그 비슷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된다면 본인도 불행이고 팬도 불행이다. 아울러 나라에도 조금 손해가 된다. 사명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에서 누리는 그의 인기도에 걸맞는 봉사 정신과 의식을 지녔으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해서 미얀마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는 노 개런티로 와서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이 나라 사람들의 무조건적 순정에 응해주는 것이야말로 인간적인 성숙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자신에게는 눈물 나는 미얀마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좋고 더불어 국익에도 보람되는 그런 일을 해줄 정말 아름다운 연예인을 보고 싶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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