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4 11:08
수정 : 2018.09.14 14:52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 보고서 발표
조혼·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재정 독립성 결여 등 지적
전 세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성 10명 중 4명은 인도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가디언>은 13일 의학전문지 <랜싯> 보고서를 토대로 세계 자살 여성의 36.6%가 인도 국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인도인구재단 최고 담당자인 푸남 무트리자는 “인도 소녀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임을 지적했다. 자살을 선택한 여성들은 35세 미만, 결혼한, 개발도시 출신이 많았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주요 이유론 조혼이 꼽혔다. 인도 여성 5분의 1은 여전히 15살 이전에 결혼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가부장적 문화, 가정 폭력에 쉽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트리자는 “마을에서 누구의 딸로 불리던 여성은, (결혼 후엔) 누구의 아내, (출산 후엔) 누구의 엄마가 돼 버린다”며 “우리의 사회 규범은 퇴보적”이라고 우려했다. 인도인구재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혼 여성의 62%는 남편의 폭력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 여성의 자살률은 비슷한 지리적·사회경제적 지표를 가진 나라에서 예측되는 수준보다 3배나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나이 어린 엄마들이 느끼는 부담감, 낮은 사회적 지위, 재정적으로 독립되지 못한 빈곤 문제, 가정 폭력 노출 등이 높은 자살률과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세계 인구 17%를 차지하는 인도에선 남성들의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살하는 남성 4명 중 1명이 인도인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인도에서 경찰의 간섭·사회적 낙인 등을 두려워해 가족의 자살 사건을 숨기는 일이 잦아 실제 자살률은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인도 정부 차원의 자살예방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전 세계 80만명에 달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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