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08 14:51
수정 : 2018.09.08 19:49
대통령실 성명 “ICC 결정 절차상 흠결…법률적 가치도 모호해”
정부 대변인 “향후 언론 개별접촉 않고 1∼2주에 한차례 기자회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의혹에 대해 관할권을 갖고 조사할 수 있다고 결정한 데 대해 미얀마 정부가 강력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미얀마 정부는 대통령실 명의의 성명을 통해 ICC의 사법관할권 인정 결정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의 입장을 대변해온 정부 대변인은 언론과의 개별 접촉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얀마 대통령실은 7일 밤(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로힝야족 대상 집단학살과 반인도 범죄에 대한 사법관할권을 인정한 ICC 예비재판부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미얀마 정부는 ICC 예비재판부의 사법관할권 인정 결정에 '절차상 흠결이 있고 법률적 가치도 모호하다'고 평가하고 "이 결정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미얀마가 ICC 회원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결정을 존중할 어떤 의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 초소를 급습하자, 병력을 동원해 로힝야족 거주지인 서부 라카인주에 병력을 보내 대대적인 반군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 군경이 학살, 방화,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고,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주도해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얀마군이 명백하게 인종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으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 등 여섯 명의 군부 지도자를 중범죄 혐의로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도 로힝야족을 겨냥한 증오표현을 사실상 허용하고, 문서 기록들을 폐기했으며 군부의 반인권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보고서는지적했다.
미얀마는 자국이 ICC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 사건을 국제 법정에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ICC 예비재판부는 지난 6일 사법관할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미얀마가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로힝야 사태의 또 다른 관련자인 방글라데시가 회원국이기 때문에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법원이 '함정수사' 논란 속에 로힝야족 학살 사건 취재하다 체포된 2명의 로이터 통신 기자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은 더욱 따가워졌다.
지난 6월 NHK와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체포된 것은 로힝야 사태와 무관하며 공직 비밀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실권자 수치는 법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미얀마 정부는 언론 및 국제사회와 담을 쌓는 분위기다.
그동안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면서 '수치의 입'으로 불렸던 저 타이 대변인이 ICC의 관할권 결정에 대한 논평을 요구한 언론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앞으로 언론과의 개별적인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저 타이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에게 "앞으로는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1주일 또는 2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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