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인권위, 로힝야족 학살 취재기자 중형에 ‘침묵’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보도한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이 3일 미얀마 양곤 북부법원으로부터 각각 7년형을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7년형 판결 후 수치·인권위 “할 말 없다"
국제사회 비난·석방 요구 거세져
기자 부인들, 눈물로 선처 호소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보도한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이 3일 미얀마 양곤 북부법원으로부터 각각 7년형을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취재하던 미얀마 기자 2명이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미얀마의 사실상 최고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 겸 외무장관이 침묵을 지키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얀마 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법원이 미얀마 국적의 <로이터> 통신 기자 초 소 우, 와 론에게 3일 각각 징역 7년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특별히 논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화신으로 세계인의 존경을 받던 아웅산 수치 역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은 미얀마 정부가 두 기자들에게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0년에 제정된 공직비밀법을 적용해 논란이 됐다. 이 법은 허가 없이 국가 기밀을 빼내면 최장 14년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두 기자에게 문제의 ‘기밀 문서’를 건네준 경찰관은 법정에서 모든 일이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결과라고 폭로해 함정 수사 논란이 일었다.

로이터 통신 소속 기자 2명의 부인이 4일 미얀마 양곤에서 남편의 선처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선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5일 트위터를 통해 “두 기자의 보도는 투옥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야 한다. 종교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로힝야족에 자행된 엄청난 인권침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기소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석방을 요구했다.

실권자인 수치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그가 기자들을 반역자라 불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로힝야족 문제 등 민족·인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국제 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빌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기자 석방을 요청했더니 수치가 분노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기자들을 반역자라고 욕했다”고 말했다. 수치는 미얀마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추앙받으며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두 기자의 부인도 4일 공개석상에 나와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와 론 기자의 아내는 “잘못이 없는 남편에게 이렇게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지 예상 못했다. 아이를 낳고 애 아빠와 딸이 곧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지만 판결 후 희망이 사라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초 소 우 기자의 아내도 “남편이 기자로서 사명을 다 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잘못이 없는 이들에 대한 미얀마 당국의 자비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옥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