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15 17:56
수정 : 2018.08.15 22:01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서 ‘속임 당한 희생양’ ‘주도적 암살’ 여부 선고
여성 쪽 가족 “딸이 속았다… 무죄 믿는다”
유죄 선고 경우 ‘교수형’ 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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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0·오른쪽)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왼쪽 뒷편)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쿠알라룸푸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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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 김정남 살해 피의자로 지목된 여성들에 대한 판결이 16일 내려진다.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 통신은 15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이 16일 오전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0)의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여성은 지난해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신경성 맹독 물질인 브이엑스(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말레이시아에선 사형 선고가 내려질 수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고등법원이 1심을 맡고, 항소법원, 연방법원을 거쳐 형을 확정한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해당 여성들이 ‘훈련된 암살자’라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완 샤하루딘 완 라딘 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브이엑스가 안구를 통해 더 잘 흡수된다는 특성을 고려해 김정남의 눈을 의도적으로 노린 점과 범행 직후 화장실로 가 손을 씻은 정황을 볼 때 “이들이 실패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훈련을 받았으며 암살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 여성은 자신들이 “북한인 주범들에게 속아 이용당한 희생양”이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변호인들은 여성들이 ‘몰래 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에게 속아 이용당했다며 무고함을 호소해 왔다. 실제로 이 두 여성에게 브이엑스를 건넨 것으로 알려진 리지현(34), 홍송학(35), 리재남(58), 오종길(56) 등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들은 두 여성이 현지에 남아 있다가 경찰에 체포된 점,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입었던 브이엑스에 오염된 옷가지를 세탁·처분하는 증거인멸조차 시도하지 점 등을 들어 이들이 김정남 암살 과정에서 이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티의 어머니는 15일치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딸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어머니 베느냐는 “딸이 전화 통화에서 ‘이 모든 일이 꾸며졌고 내가 속은 거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딸이 ‘여배우가 될 거다. 장난을 치는 역할(몰래 카메라)을 제안 받았다’고 했었다. 딸이 무죄 판결을 받고 걸어 나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이 두 여성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 형량은 사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들이 항소할 경우 재판이 수년간 더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무죄가 선고되면, 이미 비자가 만료된 이들은 이민국으로 넘겨져 본국 송환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건 재판이 정치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철저히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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