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14 18:09
수정 : 2018.08.14 23:21
‘최고 뚱뚱한’ 남태평양 국가들…성인 2명 중 1명이 비만
3명 중 1명 성인병, 평균 수명도 낮아져
“정상들이 먼저 모범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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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 총리가 남태평양 정상들에게 비만 퇴치를 위한 내기를 제안했다. 사모아 현지 일간지 <사모아 옵저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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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 총리가 심각한 비만 문제로 함께 고민하는 주변국 정상들에게 ‘체중 감량 내기’를 제안했다.
아킬리시 포히바 통가 총리는 13일 현지 일간지 <사모아 옵저버> 인터뷰에서 “태평양 국가들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비만 퇴치를 위해 정상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다음달 나우루에서 열리는 ‘태평양 섬 포럼’에서 내기를 제안하려 한다. 성인병 등으로 인해 줄어드는 평균 수명을 늘리려면 체중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내년 포럼에서 다시 몸무게를 달아 어떤 지도자가 가장 살이 빠졌는지 측정할 것”이라며 “정상들이 모범을 보이면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체중 감량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비만율은 심각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발행한 <월드 팩트북>을 보면, 2016년 세계에서 성인 비만율이 높은 국가 1~10위를 모두 남태평양 국가들이 차지했다. 나우루가 61%로 1위이고, 쿡 제도(55.9%), 팔라우(55.3%), 마셜 제도(52.9%), 투발루(51.6%), 통가(48.20%)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국의 평균 비만율은 51.4%로, 2명 중 1명이 비만인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비만율이 높은 것은 식습관 변화와 유전적 영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40여년 전부터 인스턴트 통조림, 초콜릿, 콜라 등 가공식품이 유입되면서 비만 인구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등에서 들여온 지방이 많은 값싼 고기, 지방 덩어리인 칠면조 꼬리 등을 즐겨 먹는다.
유전적 요인도 있다. 스테판 맥가비 브라운대 교수 연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 지네틱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사모아인들 중 25% 정도가 비만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고, 이 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30~40%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섬나라의 특성상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고 에너지를 덜 쓰도록 유전자가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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