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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6 18:05 수정 : 2018.08.06 21:19

6일 인도네시아 롬복섬 주민들이 전날 저녁 발생한 규모 6.9 강진으로 무너진 주택에서 오토바이를 꺼내고 있다. 롬복/로이터 연합뉴스

5일 저녁 규모 6.9 강진 최소 142명 사망
희생자 대부분 북동쪽 산악 지대에서 발생
인도네시아, 불의 고리 위에 있는 데다
내진 설계 없어 지진·화산 피해에 취약
역사적으로도 화산 폭발·지진 끊이지 않아

6일 인도네시아 롬복섬 주민들이 전날 저녁 발생한 규모 6.9 강진으로 무너진 주택에서 오토바이를 꺼내고 있다. 롬복/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휴양지 롬복섬에서 일주일 만에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142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강력한 본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건물 수천 채가 무너져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집과 호텔에서 뛰쳐나와 뜬눈으로 밤을 새야 했다.

지진은 5일 오후 7시46분 롬복 북쪽 로로안 인근의 지하 31㎞ 지점을 진원으로 발생했다. 50㎞가량 떨어진 발리섬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롬복섬에서는 7월29일에도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해 17명이 숨졌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국 대변인은 “도로와 다리 3곳이 손상됐다. (그로 인해) 피해 지역에 접근하기 어렵다. 충분한 인력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재난국은 길리섬과 롬복 북서쪽 산호섬 3곳에서 관광객 1200명을 대피시켰다. 롬복 인근의 작은 섬 길리 트라완간의 한 호텔 관계자는 “모두 항구에 줄을 섰지만, 이들을 태울 보트가 없다”고 말했다. 롬복에는 밤새 규모 5.3 등의 여진이 이어졌다. 누그로호 대변인은 2만여명이 대피했고, 식료품과 의약품이 긴급히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일부 부상자들은 병원 건물이 무너져 내려 외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전기와 통신 복구가 늦어져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롬복 북부의 한 시민은 “모스크가 무너져 중장비가 필요하다. 예배를 보던 사람들이 잔해에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남성이 6일 인도네시아 롬복 북부 탄정에 있는 북부롬복병원에서 전날 저녁 발생한 지진으로 사망한 가족의 주검 옆을 지키고 있다. 롬복/로이터 연합뉴스
<아에프페>(AFP) 통신은 섬의 북동쪽 산악 지대에서 희생자들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섬의 남서쪽 해안가에 몰려 있는 주요 관광지 쪽의 피해는 비교적 적었다. 애초 롬복국제공항과 인근 발리 덴파사르국제공항 터미널 일부가 무너졌다고 전해졌지만, 비행기 이·착륙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의 2.5배 규모인 롬복에는 250만명이 거주하며, 산호 바다와 아름다운 모래사장 있어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인도네시아는 환태평양 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 위에 놓여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유라시아판,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 태평양판이 몰려 있는 ‘자바 해구’에 면해 있어 크고 작은 지진과 화산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이 ‘불의 고리’에서 전세계 화산 활동의 75%, 지진의 90%가 발생한다.

5일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한 인도네시아 휴양지 롬복 인근 발리 덴파사르의 한 쇼핑몰 앞 담장이 무너져 있다. 덴파사르/EPA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선 2000년대 들어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세 차례 발생했다. 특히, 2004년 12월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에서 일어난 규모 9.3의 지진으로 거대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해 무려 23만명이 숨졌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은 지난 2월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거대 해구’에서 규모 6~8.7 사이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었다. 이처럼 한 대륙판이 다른 대륙판에 파고드는 지역에선 거대 지진이 발생한다.

인도네시아엔 129개의 화산이 있어 15~20년마다 평균 한번 이상 대형 폭발이 발생한다. 지난해 9월 롬복섬 서쪽의 발리섬에 있는 아궁산이 분화를 시작해, 올해 6월 말까지 최고 단계 위험 경보가 수차례 발령돼 공항이 폐쇄되기도 했다. 내진 설계가 된 건물과 기반 시설이 적은 인도네시아에선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커진다. 인도네시아는 위험한 ‘불의 고리’에서도 더 취약한 ‘약한 고리’인 셈이다.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화산 폭발도 1883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의 크라카타우섬에서 발생했다. 이 폭발로 3만6000명이 숨졌고, 섬은 4개로 쪼개졌다. 3000㎞ 떨어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고가 있다. 이산화황 분출로 전세계에서 붉은색 노을이 몇 년간 관찰되기도 했는데, 이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1815년에 폭발한 인도네시아 동부 숨바와섬의 탐보라 화산도 막대한 이산화황을 분출해 세계 기후를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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