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1 19:42
수정 : 2018.08.01 22:04
MIT 연구팀 논문 “관개수로 증발로 습구온도 치솟아”
2070년엔 인간 거주·활동 기준 35도 넘는다고 전망
“중국, 자국민 보호 대대적 온실가스 저감책 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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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베이 평원 곡창지대. 사진 출처: 중국 농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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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진다면 4억명이 사는 중국 화베이 평원 지대가 이번 세기말에는 사람이 살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엘파티 엘타히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1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 ‘기후변화와 관개로 인한 치명적 더위에 의해 위협받는 화베이 평원’에서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이 온실가스를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2070~2100년께 습구온도가 35도를 넘는 치명적 더위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습구온도는 젖은 천으로 온도계를 감싸고 잰 온도를 의미한다. 인간의 거주 가능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재는 기온보다 습구온도가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이 땀을 증발시켜 몸속의 열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공기 중 습도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질수록 땀이 증발되지 않아 체열이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생존이 힘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습구온도가 35도를 넘으면 건강한 사람도 6시간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본다. 즉 습구온도가 35도 이상이면 농민들이 야외에서 사실상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예측대로 상황이 악화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도 인구가 가장 밀집된데다 곡창지대인 화베이 평원이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이곳은 수도 베이징과 톈진 등 대도시도 포함하고 있다.
연구팀은 화베이 지역의 습구온도 상승에는 곡창인 이곳을 지나는 황허와 방대한 관개수로가 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엘타히르 교수는 “중국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국가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자국 국민에게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권은 중국(20.1%), 미국(17.9%), 유럽연합(12.1%) 순이다. 한국의 비중은 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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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중국의 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적외선온도 측정 방식으로 표현한 그림. 왼쪽은 온실가스 방출이 거의 없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고, 가운데는 앞으로 30년간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적극 시행한 경우, 오른쪽은 온실가스 증가 추세가 이어지는 경우를 묘사했다. 네모 친 부분이 화베이 평원이다. 출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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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가속으로 인간이 살기 어려워지는 곳은 화베이 평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엘타히르 교수는 2016년 별도의 연구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지 않으면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페르시아만 도시들의 습구온도가 이번 세기말에 35도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후퇴하고 있다. 2015년 12월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해 산업혁명기를 기점으로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협약에 따라 각국은 구체적 삭감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6월 이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견줘 중국은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로 반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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