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7.27 17:57 수정 : 2018.07.27 20:28

26일 라오스 아타푸주 한 마을에 갑작스레 불어난 물 때문에 죽은 물소가 물이 들어찬 거리에 방치돼있다. 아타푸/로이터 연합뉴스

SK건설·서부발전 말 엇갈리고 결정적 질문엔 답 안 한다 지적
라오스 전문가 “폭우 예상 시점에 너무 많은 물 저장 결정 탓”
비비시 “라오스 정부 ,재난 규모 과소평가·해외언론 취재 막아…
지역 주민들은 최소 300명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

26일 라오스 아타푸주 한 마을에 갑작스레 불어난 물 때문에 죽은 물소가 물이 들어찬 거리에 방치돼있다. 아타푸/로이터 연합뉴스
라오스 아타푸주 세피안-세남노이댐 붕괴 사고 당시 라오스 정부와 업체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정부와 시공사인 에스케이(SK)건설 등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을 주민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얼마나 신속하게 노력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한국의 두 기업(에스케이 건설·한국서부발전)이 제공한 관련 정보의 세부 사항이 다르다”며, “언제 이번 사고를 인지했거나 인지했어야 했는지, 또 댐이 붕괴할 조짐이 있었는지 등 결정적 질문에 대해선 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 컨소시엄에 속한 한국서부발전은 25일 국회에 제출한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붕괴 경과보고’에서 지난 20일 보조댐 중앙부에 침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부발전 쪽은 폭우로 댐에 침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당시 침하는 허용 범위 안에 있어 당장 조처하지 않고 일단 모니터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23일이 돼서야 지방 관리들에게 ‘폭우로 보조댐 디(D)가 매우 위험한 상태여서, 하류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단 몇 시간 만에 탈출해야 했던 주민들은 목숨과 보금자리와 재산을 잃었다.

라오스 댐 붕괴 사고 현장에 파견된 타이 구조대가 26일 고립됐던 주민들을 보트에 태워 이동시키고 있다. 아타푸/AFP 연합뉴스
그러나 이 지역 전문가인 이안 베어드 위스콘신대 지리학과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이번 사고는 공사 과정의 결함, 폭우가 예상된 시점에 너무 많은 물을 저장하기로 한 결정, 이 두 가지 이유로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7월 말에 이 지역에 비가 오지 않았던 때가 있었느냐. 업체가 ‘결함이 아니고 자연재해’라고 주장하는 것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댐 건설 경험이 있는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에 “흙댐(어스필 댐·earth-fill dam)은 월류 현상이 발생할 경우 붕괴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조처를 하지 못한 것은 물을 방류할 경우 다시 저수하는 데 소요될 기간이 불확실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상방류구를 가동했다가 책임져야 할 상황을 피하기 위해 주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이번 사고 사망자 수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까지 라오스 정부가 확인한 사망자 수는 27명, 실종자 수는 131명이며, 현지 <비엔티안 타임스>는 실종됐던 4명의 시신을 수습해 사망자 수가 31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구호단체들은 라오스 정부가 재난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최종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지역 주민들은 <비비시>(BBC) 방송에 이번 사고로 주민 3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비시>는 현재 대규모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인 라오스 정부가 공개한 내용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해외 언론의 취재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어렵게 만난 생존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아타푸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비비시>가 만난 라는 1살·4살 두 딸을 급류에 휩쓸려 보냈다. 라는 “아내와 두 딸을 보트에 태워 탈출하려 했지만, 물살이 너무 세 보트가 뒤집혔다. 작은 딸이 물에 빠졌고, 아이를 찾으려는 사이 큰딸도 빠졌다. 눈앞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 충격을 받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너무 그립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주민 인폰 시바탄은 “물이 마을로 돌진하는 모습은 32년간 이 지역에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고 묘사했고, 또 다른 주민은 “댐이 붕괴하기 3~4시간 전 경고를 받았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위가 이렇게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