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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6 15:48 수정 : 2018.07.26 22:02

25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크리켓 선수 출신의 임란 칸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그의 사진을 몸에 걸고는 총선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파키스탄 총선은 이날 개표가 지연되고 폭력사태가 일어나면서, 투표 부정 및 조작에 대한 광범히한 우려가 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칸의 파키스탄정의운동, 25일 총선 개표에서 선두
폭력 사태 및 개표 지연으로 선거부정 의혹
주요 정당들, 선거 결과 보이콧 선언
선관위, ‘개표전송시스템 다운으로 개표 지연’

25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크리켓 선수 출신의 임란 칸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그의 사진을 몸에 걸고는 총선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파키스탄 총선은 이날 개표가 지연되고 폭력사태가 일어나면서, 투표 부정 및 조작에 대한 광범히한 우려가 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의 화약고들 중의 하나인 파키스탄에서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크리켓 선수 출신의 임란 칸(65)이 이끄는 정당의 집권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테러 등 폭력으로 얼룩진 이번 총선은 개표가 지연되면서 투표 조작 등 부정 의혹에 휩싸이며, 주요 정당은 선거 결과를 거부하고 나섰다.

임란 칸의 ‘파키스탄정의운동’(피티아이, PTI)은 26일 현재 약 48%가 개표된 가운데 272개 선거구 중 113개 선거구에서 선두로 나섰다고 파키스탄선관위가 임시 집계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부패 혐의로 수감중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피엠엘-엔, PML-N)은 64개 선거구에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42개 선거구에서 앞서고 있다.

1억600만명의 유권자 중 50~55%가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는 272명의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고, 5% 이상 득표한 정당의 여성 및 소수집단 출신 후보에게 70석이 배분된다. 칸의 파키스탄정의운동은 이런 개표 추세로라면 지역구 과반인 137석을 획득하지 못하는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정 구성을 위한 무소속 의원들이나 군소정당을 찾는데는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1990년대 말에 정계에 입문한 크리켓 영웅인 칸의 집권 가능성이 유력시돼왔다. 칸은 부패 혐의로 수감중인 샤리프 전 총리 등 기성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며, 유권자들을 파고 들어 약진했다.

하지만, 그는 샤리프 전 총리 등 기성정치권을 견제하려는 군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또 선거과정 내내 폭력 사태가 빈발했고,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선거를 조작하려는 명백한 기도들이 있다며 군부의 선거 개입을 경고해왔다. 칸의 파키스탄정의운동의 최대 경쟁 정당인 파키스탄무슬림연맹의 후보들은 칸의 정당으로 소속을 바꾸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파키스탄무슬림연맹의 당원 1만7천명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총선 당일인 25일에는 자살폭탄테러 등으로 폭력 사태로 파키스탄 전역에서 31명이 숨졌다. 개표 역시 지연되어, 투표 마감 24시간이 지났는데도 50% 미만의 개표율을 보이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시스템 고장으로 개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파키스탄인권위원회는 선거를 조작하려는 명백한 기도들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파키스탄무슬림연맹 등의 후보들은 자신들의 선거운동원들이 개표 과정에서 개표소에서 축출됐다며, 개표소에서 개표 조작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표 지연은 가장 많은 선거구가 있으며, 샤리프 전 총리의 피엠엘-엔당의 근거지인 펀자브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칸의 피티아이 당이 집권하려면 인구가 밀집한 펀자브주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바버 야쿠브 선거관리위원장은 개표 지연에 대해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며 “음모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연은 개표 전송 시스템이 붕괴됐기 때문에 야기됐다”고 해명했다.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인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무슬림연맹 대표는 “명백한 조작이며, 참을 수 없다”며 “우리는 완전히 이 결과를 부정한다”고 선거 결과 보이콧을 천명했다. 파키스탄인민당 역시 “심각한 위협의 경고등이 울렸다”며 “선거 전반은 무효이다”고 선언했다.

총리로 유력한 칸은 자신의 파키스탄정의운동이 군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이슬람 복지국가’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파키스탄의 발전을 가로막는 약탈적인 기존 정치엘리트들을 타도하자는 선동적인 선거운동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파키스탄은 독립 이후 71년 동안 쿠데타로 인한 군부 독재가 단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파키스탄에서 민간 정부가 임기를 만료하고 군부의 쿠데타 등 개입 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고등법원은 지난 22일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군 정보기관인 ‘인터-서비스 인텔리전스’(ISI)가 사법부에 개입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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