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04 15:35
수정 : 2018.06.0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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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수의사들과 고래 보호단체 회원들이 동근머리돌고래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더 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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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서 표류하다 발견된 둥근머리돌고래
닷새 구호 노력에도 비닐봉지 뱉고 죽어
부검해 보니 배 안에는 비닐봉지만 80개
“사냥 못하고, 먹었어도 소화 못했을 것”
바다 투기 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800만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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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수의사들과 고래 보호단체 회원들이 동근머리돌고래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더 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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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타이만과 면한 타이 송클라주의 운하에서 둥근머리돌고래 한 마리가 표류했다. 돌고래는 자력으로 헤엄치지 못했고 아파 보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의사들과 고래 보호 단체 회원들이 약물을 투여하며 정성껏 돌봤다. 부표로 받쳐 가라앉지 않게 하고 위에는 양산을 씌웠다.
구조 노력이 이뤄진 지 닷새째인 지난 1일, 둥근머리돌고래는 비닐봉지 5개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날 숨졌다. 사인을 알려고 부검을 진행한 타이 해양연안자원부는 죽은 돌고래의 배 안에서 시커먼 비닐봉지 80개를 발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3일 전했다. 비닐봉지 무게만 8㎏에 달했다. 다른 플라스틱 조각들도 배에서 나왔다. 비닐봉지를 게운 것은 살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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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둥근머리돌고래의 배에서 나온 비닐봉지들. 사진 출처: 타이 해양연안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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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해양연안자원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돌고래를 병들게 하고 사냥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둥근머리돌고래는 오징어, 문어, 다른 작은 생선들을 먹고 산다. 그런데 바다를 떠도는 비닐봉지를 먹이로 오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고기를 먹었더라도 창자를 메운 비닐봉지 탓에 소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타이 해양생물학자 톤 탐롱나와사왓은 “당신 배 안에 비닐봉지 80개가 들어간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이는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많은 나라다. 매년 고래와 거북 등 300마리 이상의 해양동물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는다. 한 타이 시민은 “아무 잘못도 없이 인간한테 죽임을 당한 동물에게 미안하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타이 정부는 이번 둥근머리돌고래의 죽음을 계기로 해양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병과 봉지 등으로 쓰였던 8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진다. 이런 오염 물질은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옮겨올 수밖에 없다. 영국 정부는 상황 변화가 없다면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10년 내에 3배가 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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