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4 21:53
수정 : 2018.05.24 22:31
23일, 펜타곤의 중국군 림팩 훈련 초청 취소에 강력 반발
“미국이 하와이·괌에 군 배치하듯 통상 배치. 규모도 작아”
홍콩 매체, “미국이 F-52 띄워 남중국해에서 작전 진행”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된 대 중국관 반영이란 지적도 나와
미국 국방부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암초섬의 군사기지화를 견제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환태평양연합훈련(RIMPAC·림팩)에 중국군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첫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번 결정은 경솔한 것이다. 미국은 이런 부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23일 “중국이 지속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군사화는 지역의 긴장을 고조하고 안정을 해친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화에 대한 ‘첫 조처’로 우리는 인민해방군의 2018년 림팩 초청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 지역에 대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전파 방해 장비 등을 배치했다는 강력한 증거들을 갖고 있다. 중국이 (파라셀군도의)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에 폭격기를 착륙시킨 것도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건 대변인은 미국의 추가 조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홍콩 언론은 미국이 22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52 장거리 폭격기 2대 등을 띄워 남중국해에서 비행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중국군은 앞서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중국의 전략 폭격기 H-6K가 파라셀군도의 우디섬에 이착륙하는 동영상과 함께 “H-6K를 포함한 폭격기들이 남중국해 암초섬에서 이착륙 훈련을 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작전 반경이 1800㎞에 이르는 H-6K가 우디섬에서 이륙하면 “남중국해 전체를 사정거리에 넣게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번 논란에 미국 해·공군 주요 기지가 설치된 하와이와 괌까지 끌어들이며 격렬히 반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의 이번 결정(림팩 초청 취소)은 건설적이지 않고 경솔한 것이다. 중-미의 상호 이해와 신뢰 증진에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은 이런 부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기지화한다는 지적에는 “우리 섬에 민간용과 방어용 시설을 좀 설치한 것뿐이다. 이는 주권국의 자위권이다. 미국이 하와이와 괌에 군을 배치하듯 통상적인 배치이며 군사화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고 중국의 배치는 미국보다 훨씬 작은 규모”라고 말했다. 중국 해군은 1971년 시작(1980년부터 훈련 기간이 격년으로 변경)된 림팩에 2014년부터 참가해 왔다.
일각에선 미국 국방부의 이번 조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한 미국의 중국관을 반영하는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펴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은 건드리지 않는 등 협력적 자세를 유지해왔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가 긴장이 커지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 돌아오는 이익이 별로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년 전에도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애슈턴 카터 당시 국방장관은 2016년 4월 “이 지역 안보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언제나 모두를 다 함께 불러 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림팩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