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1 16:05
수정 : 2018.05.2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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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략 폭격기 H-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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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18일 남중국해 암초섬에 착륙하는 전략 폭격기 공개
이 섬에 중국 폭격기가 배치되면 남중국해 전역 커버 가능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남중국해에 대한 제공·제해권 확립
미국 “중국의 움직임은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것”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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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략 폭격기 H-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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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아래로 커다란 기체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적한 활주로에 착륙했다. 곧이어 다시 날아오른 비행기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이 펼쳐졌다. 중국과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필리핀·베트남은 물론 미국과 일본 안보 당국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 잡은 동영상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를 통해 중국이 자랑하는 전략 폭격기 H-6K가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모습을 담은 38초 길이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중국군은 이 동영상과 함께 “H-6K를 포함한 폭격기들이 남중국해 암초섬에서 이착륙 훈련을 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중국 전략폭격기가 미-중 패권 대결이 진행 중인 ‘뜨거운 바다’ 남중국해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동영상이 올라온 당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수상한 움직임’에 대한 신속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소는 이 글에서 H-6K의 착륙 장소가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의 우디섬(융싱다오)”이라고 지목했다. 일본 방위성이 2월에 내놓은 보고서 ‘남중국해 정세-중국의 지형 매립과 관계국의 동향’을 보면, 중국은 우디섬에 길이 2400m의 활주로, HQ-9 지대공미사일, YJ-62 지대함미사일을 설치해 사실상 요새화를 끝낸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 움직임은 남중국해의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게 무언의 날카로운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이번에 공개한 H-6K의 작전반경은 남중국해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1800㎞에 이른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이 폭격기가 우디섬에서 이륙하면 “남중국해 전체는 물론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와 미국과 필리핀이 2014년 체결한 ‘방위협력강화협정’에 따라 미국이 사용할 수 있게 된 필리핀의 5개 군사기지를 사정거리에 넣게 된다”고 지적했다. H-6K는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할 경우 작전반경이 기존의 2배인 약 3500㎞까지 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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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군사기지화 작업을 마친 파라셀제도 우디섬의 모습 CSIS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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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중국은 이미 파라셀군도보다 남쪽에 있는 스프래틀리군도의 ‘수비’(3000m 활주로 설치), ‘미스치프’(2600m 활주로 설치), ‘피어리 크로스 암초’(3000m 활주로 설치) 등에 활주로와 포대 등의 설치를 끝냈다. H-6K가 이곳에 전진 배치되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미군의 앤더슨기지가 있는 괌을 타격권에 두게 된다.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핵심적 이익’이라고 밝혀온 남중국해에 대한 제공·제해권 확립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이 스프래틀리군도까지 각종 항공 전력을 전진 배치하고 레이더 기지 등을 설치하면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경계·감시 능력, 미국이 이 지역에 개입할 때 이를 저지하는 접근금지·영역거부(A2/AD)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맞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암초 주변으로 군함을 집어 넣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는 동시에 베트남·필리핀 등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움직임은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안정을 해치는 것이다.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이 지역에 계속 관여하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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