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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4 18:30 수정 : 2018.05.14 21:28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14일 오전 한국 취재진에게 “돌아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싱가포르/김외현 특파원

핵실험·제재로 전통적 북-아세안 관계 소원해져
“북-미 돌파구 생기면 경제·무역·지원 강화 가능”
베트남 개방 등 ‘동남아 발전모델’ 참고 여지도 커
현지 북한대사관, 대사관저는 ‘침묵’ 유지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14일 오전 한국 취재진에게 “돌아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싱가포르/김외현 특파원
싱가포르의 북한 외교관들은 14일 이어지는 언론의 취재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싱가포르 중심가인 노스브리지로드에 위치한 북한대사관은 이날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지만 <한겨레>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언론의 끈질긴 취재 요청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응답하지 않았다.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 등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며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신청을 하고, 동의가 오면 그때 와 달라. 동의가 없는 취재엔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12일에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에 취재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14일 오후까지 답변이 오지 않았다.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거주하는 대사관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13일 대사관저를 방문해 초인종을 누르며 취재를 시도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3층 건물의 1·2층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커튼이 드리워져 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대문 안 정원에는 검정색 승용차가 2대 주차돼 있었지만 인기척을 확인할 수 없었다. 싱가포르 외교부 누리집을 보면, 북한대사관에는 4명이 근무하고 있다. 북한대사관은 주말이었던 12~13일엔 문을 닫았다.

‘당사자’ 격인 북한 외교관들은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선정된 이곳의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회담의 결과가 향후 북한의 대외 관계와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는 동남아시아, 특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북한의 관계 재설정 문제다.

북한은 그동안 아세안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이어왔고, 인도네시아 등 ‘비동맹’ 국가들과도 호의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세안 회원국(10개국)은 모두 북한과 수교했고, 이 가운데 8개국에 북한대사관이 설치돼 있다. 또 아세안 5개 국가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북한은 2000년부터 아세안이 주최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외무상 또는 부상을 파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해 동안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이어가며 아세안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북-미 회담이 성공해 북한의 외교가 정상화된다면 아세안과의 관계 회복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션 호 난양공대 연구원은 1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북-미 관계에서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과 다시 손잡고 경제·무역과 개발 원조 등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심사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구하며 동남아 발전 모델을 따를지다. 같은 대학 리밍장 연구원은 “동남아 나라들은 대부분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추구하는데, 북한이 경제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에는 소득이 높은 싱가포르부터 개발도상국인 라오스·캄보디아 등 발전 단계가 다른 여러 국가가 모여 있어 북한이 배울 수 있는 선례가 풍부한 편이다. 리 연구원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한다 해도 당의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베트남과 굉장히 유사한 모델이고, 군이 집권했다가 아웅산 수치에게 권력을 이양한 미얀마 등 다른 동남아 국가 사례에서도 참고할 것이 많다”고 짚었다.

싱가포르/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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