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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1 16:48 수정 : 2018.05.01 19:15

로힝야족 난민으로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발루칼리 난민 캠프에 머무는 아예사 아흐타르(가명)가 성폭행당한 뒤 낳은 3개월된 아들 파야즈(가명)를 안고 있다.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가디언’,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 르포
5월이면 출산 앞둔 로힝야족 성폭행 피해자들
세이브더칠드런, 유기 아동 급증 가능성 전망
낙태 위험 무릅쓰고 출산해도 ‘낙인’ 두려워

로힝야족 난민으로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발루칼리 난민 캠프에 머무는 아예사 아흐타르(가명)가 성폭행당한 뒤 낳은 3개월된 아들 파야즈(가명)를 안고 있다.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아예샤 아흐타르(34·가명)는 지난 1월26일 여섯째 파야즈(가명)를 낳았다. 파야즈를 품에 안고 다섯 아이를 만난 첫날, 두 딸은 동생을 거부했다. “내 동생이 아냐”, “보육원에 보내”라고 소리쳤다. 아흐타르는 지난해 봄 미얀마 라카인주 마을에 들이닥친 정부군 3명에게 성폭행당했다. 몇주 후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해 8월 아흐타르는 배가 불러오는 가운데 다섯 아이를 데리고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발루칼리 난민캠프로 피난왔다. 낙태 방법을 찾았으나 이미 늦었다. 방글라데시 법률은 임신 3개월을 넘기면 낙태를 금지한다. 아흐타르는 “군인들이 마을을 습격할 때마다 성폭행한다는 것을 모두 알았지만, 낙태는커녕 건강 관리를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고 했다. 2012년 남편과 사별한 그는 ‘남편 없는 여자’가 낙태 문제로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로 치욕스러웠다고 한다. “모든 것을 신의 자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정부군에 쫓겨 생사의 갈림길에서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에게 올 봄은 ‘참담한 계절’로 기록될 것이다. 제2, 제3의 ‘아흐타르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해 8월 라카인주에 본격적으로 정부군과 불교도들이 들이닥친 뒤 이제 9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당시 조직적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영국 <가디언>이 1일 현지 르포를 통해 난민 캠프의 참상을 전했다. 축복을 받아도 부족할 새 생명의 탄생 앞에서 이들은 괴로워했다. 최소한의 의료 지원도 없는 난민캠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약물 낙태를 시도하는 이들도 많다고 아흐타르는 말했다. 아흐타르 가족처럼 고향을 떠난 로힝야족이 최소 70만명이다. 적어도 수만명이 정부군에게 성폭행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로힝야족 난민캠프. 콕스바자르/세이브더칠드런 제공
국제 구호개발 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성폭행과 인신매매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뒤 유기될 것으로 보이는 아기 숫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아이들이 태어난 뒤 불거질 공동체의 ‘분열’도 로힝야족 몫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성폭행 피해자이자 엄마가 된 여성들을 위해 상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의학 코디네이너인 멜리사 하우는 “그들은 아기를 돌볼 수 없거나 돌볼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느낀다”면서 “다수가 18살 미만인 데다, 성폭행 피해를 낙인으로 여긴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했다. 로힝야족 난민 자파 알람(가명)은 “이렇게 태어난 아기들을 깔보는 시선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아흐타르와 파야즈를 지지하고 있다”며 “그들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아흐타르가 받은 충격에도, 파야즈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장난기 많고 쾌활한 사내 아기다. 이제는 다섯 자녀 모두 막냇동생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고 있다. 아흐타르의 마음도 달라졌다. “잔인한 행동의 결과로 태어났지만 아기를 탓할 수 없다. 죄 없는 아기다. 다른 자녀들처럼 사랑한다.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아흐타르와 비슷한 처지의 여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성폭행 피해를 죄악시하며 숨기는 문화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월25일까지 224명의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했지만, 도움을 청하지 않는 훨씬 더 많은 여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1월엔 임신부 여러 명이 출혈을 호소하며 병원에 달려오기도 했다. 의료진은 이들 중 다수가 집에서 스스로 낙태를 하려다 상황이 악화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짐작했다. 프라밀라 패튼 ‘성폭력 근절을 위한 유엔 특별대사’는 미얀마 군부가 성폭행을 인종청소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로힝야 집단을 제거하기 위한 계산된 테러 도구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휴먼라이츠워치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성폭행 경험이 있는 여성 3분의 2가 구호 단체에 피해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 로힝야족 정치활동가인 고 고 린은 “이런 환경에서 이미 많은 아기가 태어났고, 조만간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난다”며 “어떤 오명도 덮어씌워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또 “온갖 고통과 상처를 안은 엄마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도 ‘로힝야의 아들딸’이 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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