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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30 18:27 수정 : 2018.04.30 21:00

타이 북부 치앙마이 중심가에서 29일 시민 5000여명이 모여 이 지역 도이수텝산에 판사와 고위직 공무원을 위한 고급 주택단지가 건설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치앙마이/EPA 연합뉴스

29일, 타이 치앙마이서 5000명 “주택 철거하라” 시위
정부, 해발 1676m 도이수텝산 중턱 깎아
판사·고위공무원 위한 고급 주택단지 건설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최다 인원 모여

타이 북부 치앙마이 중심가에서 29일 시민 5000여명이 모여 이 지역 도이수텝산에 판사와 고위직 공무원을 위한 고급 주택단지가 건설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치앙마이/EPA 연합뉴스
타이 북부 관광 도시 치앙마이의 도이수텝산 중턱. ‘타이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이곳에 고위 공무원과 판사들을 위한 고급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9일 치앙마이 시내에선 2014년 군사 쿠데타 이후 최다 인원인 5000여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까지 진행됐다.

초록색 티셔츠를 입거나 초록 리본을 팔목에 묶은 시민들은 중심가인 ‘타 페 게이트’ 앞에 모여 “주택을 철거하라”고 외치며 2시간 동안 행진했다. 이들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향해 1주일 안에 주택 건설을 멈추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가디언>은 “군부가 5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고, 군과 경찰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례적 시위”고 보도했다.

시위를 주도한 티라삭 룹수완은 “치앙마이 시민들은 우리 삶이 도이수텝산과 연결돼있다고 느낀다. 700여년 전 란나왕국 때부터 신성하게 여겨온 산”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공원 지역이기도 한 해발 1676m의 도이수텝산 안에는 부처의 사리가 모셔 있는 프라탓도이수텝 사원도 있다. 세계 불교도들의 순례 행렬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타이 치앙마이의 도이수텝산 중턱을 깎아 조성한 공무원·판사 주택단지의 모습. 구글 위성사진 갈무리
정부는 산 아래에 제5지방항소법원이 지어지기 때문에 판사들과 다른 법원 공무원들을 위한 주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정 부지도 국유지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들은 ‘성지’이자 보물로 불려온 이곳의 생태계 훼손을 염려하고 있다.

법원장과 판사들을 위한 단독주택, 법원 공무원들을 위한 아파트, 법원과 사무동 등의 예정 부지 면적을 모두 합치면 23만5000㎡에 달한다. <방콕 포스트>는 이 건설 작업에 10억밧(약 338억5000만원) 이상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타이 치앙마이 도이수텝산 중턱에 지어지고 있는 공무원·판사들이 거주할 주택의 모습. <타이 비자 뉴스> 누리집 갈무리
개발 계획은 2013년부터 짜여졌지만 정부가 ‘비밀스럽게’ 산을 헤집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산악 오토바이를 타던 한 시민이 우연히 군 소유지에 들어갔다가 건물이 지어질 기미가 있음을 포착하고 신고했다. 한동안 조용하던 이곳은 지난 3월께 에스엔에스(SNS)에 형태를 갖춰가는 주택 모습이 공개되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문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당국은 건설업자들에게 작업 속도를 늦추라고 명령했다가 일주일 만에 번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30일까지 시민 5만1000명이 반대 온라인 서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타이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립개발관리원이 21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으로 1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이수텝산을 훼손하면서까지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85.2%나 됐다. <비비시>(BBC) 방송은 타이 엘리트 계층인 고위 공무원과 법조인에 대한 특별 대우에 분노가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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