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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30 14:38 수정 : 2018.01.30 20:37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 페이스북 갈무리

좁은 방·공용 화장실 사용…1박에 3만4천원
빈민가 체험하며 불평등 문제 느껴보자는 취지
“동물원·박물관 아냐…의미없다” 반론도 커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 페이스북 갈무리
두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만한 좁은 방과 50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주민들의 삶을 체험하는 관광 상품이 출시됐다. 빈곤을 체험해보면서 극에 달한 뭄바이의 불평등 문제를 몸으로 느껴보자는 취지인데, 반론도 만만찮다고 <가디언>이 29일 보도했다.

이 지역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던 네덜란드 출신 다비드 베일과 인도인 라비 산시는 지난해 말 이런 아이디어를 모아 손님 모으기에 나섰다. 페이스북 페이지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를 만들고 홍보하고 있다. 비용은 1박에 2000루피(약 3만4000원)다. 숙박비 전액은 관광객을 맞는 주인 가족에게 돌아간다. 산시도 가족 13명이 함께 사는 자신의 집을 관광객들에게 내놓기로 했다. 베일은 “손님을 초대하고 싶어 하는 빈민가 가정들로부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뭄바이 빈민가에서 관광객이 묵게 될 방의 모습.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 페이스북 갈무리
뭄바이 인구 2000만명 중 60%가 이런 빈민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빈민가 비율이 높다 보니 영어로 빈민가를 뜻하는 ‘슬럼’과 ‘뭄바이’를 합쳐 ‘슬럼바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가디언>은 뭄바이의 주거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싸 부유한 주민들도 집을 구입하거나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뭄바이의 빈민가 관광은 10여년 전부터 계속됐다. 주로 다라비 등 대표 빈민 지역을 몇 시간씩 돌아보면서 설명을 듣는 방식이었다. 관광업계에선 빈곤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고 있다며 관광객을 모았다.

뭄바이 한 빈민가의 화장실.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 페이스북 갈무리
베일은 잠깐 빈민가를 둘러보는 이런 상품들이 “얄팍하게” 뭄바이를 소개해 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방문객들이 와서 사진 몇 장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으론 빈민가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러 빈민 지역에서 일해봤기 때문에 외부인이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질 때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상품 기획 이유를 밝혔다. 아심 샤이크 리얼리티여행사 대표는 “빈민가 생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더럽거나 범죄에 노출됐다는 생각을 없애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긍정적 영향도 크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가난의 상품화’라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도 언급된다. 조킨 아르푸탐 슬럼거주자변호모임 회장은 “하룻밤을 머무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없다”며 “빈민가는 박물관이나 동물원이 아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동체일 뿐이다. 이곳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방문자에게도,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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