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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7 17:37 수정 : 2005.11.27 17:37

고아 소녀에서 최고 기업가로 싱가포르 ‘물의 영광’ 올리비아 럼

[아시아사람들] 고아 소녀에서 최고 기업가로

“가난한 고아 소녀가 지독한 노력과 과감한 도전 끝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가 되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기업인 물 처리 전문회사 하이플럭스의 최고경영자, 올리비아 럼(45)의 성공담이 싱가포르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모델이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버려진 럼은 예순이 넘은 “할머니”에게 입양돼 말레이시아의 가난한 탄광촌 캄파르의 판잣집에서 자랐다. 물건을 만들어 내다팔며 소녀가장이나 다름없이 생계를 꾸렸다. 그렇지만 럼은 결코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10달러짜리 지폐 한 장만 달랑 들고 싱가포르로 날아가 대학에 들어갔다. 고교 시절 선생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다국적기업 글락소에 들어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스물아홉살이던 89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작은 아파트와 자동차를 팔고 모아놓은 돈을 털어 하이플럭스를 세웠다. 상수도 정화와 바닷물 담수화, 수자원 재생 등을 전문으로 한 사업은 싱가포르의 ‘물 자립’ 정책과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이라는 순풍을 타고 놀랍게 성장했다. “사업을 하겠다며 사표를 냈을 때 상사들이 놀라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렇지만 물 부족이나 오염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 사업은 떠오르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10달러 들고
무작정 싱가포르로
안정된 직장 버리고 물 처리 사업
‘기업가 정신’ 상징으로

하이플럭스는 현재 싱가폴에서 아시아 최대의 담수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두바이에도 2개의 담수화 공장을 짓기로 계약했다. 91년부터 일찌감치 중국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출해 현재는 중국에서 나오는 수익이 회사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물의 여왕’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그의 자산은 2억4천만달러로, 지난 9월 <포브스>가 뽑은 ‘동남아 부자 40명’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꼽혔다. 신기술 개발이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 그는, 지금도 연구·개발 부문을 직접 이끌고 있고, 인도에 진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그의 성공은 한계에 다다른 경제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엄격한 관료주의형 통제 아래 수많은 다국적기업을 유치했고, 대부분 국민들은 이들 기업에 고용돼 모험을 하지 않는 회사원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사회 전체가 안락함에 젖어 정체돼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럼도 이런 흐름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능력이 없거나 일자리를 못찾아 이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편안한 다국적기업에서만 일하려 하는 싱가포르의 문화는 기업가 정신을 억압한다. 정부도 이제 다국적기업이나 국영기업에 의존해서는 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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