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동남아 국가 최초로 U-23 챔피언십 결승 진출
승리자축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 “너무 흥분…박 감독은 영웅”
열광하고 있는 베트남 시민들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3살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아 국가로선 최초로 아시아 축구 대회 결승에 진출하면서 베트남에 ‘박항서 열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선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2002년 ‘히딩크 열풍’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 카타르와 경기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베트남 축구가 동남아시아 국가 축구대표팀 최초로 4강을 넘어 결승까지 진출한 것이다.
베트남 전국은 축제 분위기다. 베트남의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 ‘24h.com’에 올라온 게시물들을 보면,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등 도시 거리는 베트남 국기를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언론은 박항서 감독을 ‘아시아의 히딩크’라고 부르고 있다. 거리에 시민들과 차를 타거나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시민들은 “무적 베트남(VN v? đ?ch!!)”이라고 외치면서 흥겨워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 시민 윙 티 레 반(34·Nguyen Thi Le Van)씨는 <한겨레>와 한 메신저 인터뷰에서 “베트남 축구가 카타르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을 때 너무 흥분됐다. 베트남 사람들이 도심의 모든 거리를 달리면서 승리를 축하하고 있는데, 이게 베트남 스타일”이라며 “박항서 감독은 영웅이다. 베트남팀이 아시아 챔피언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3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 카타르와 경기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결승에 진출한 뒤 열광하고 있는 호치민 시민들. 베트남 포털사이트 ‘24h.com’ 갈무리.
호치민에서 5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국 가방 제조업체 풍국산업 주재원 정종은(35)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마치 2002년 한국과 같은 분위기”라며 “호치민 시내 거리는 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 열광하고 있다. 모든 포털 사이트는 축구 관련 기사와 글로 도배되었고, 페이스북 등에는 선수들 개개인의 프로필이 2002년 한국 축구 대표팀 ‘태극 전사’들처럼 올라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축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방이 한국보다 훨씬 많고, 점심 시간만 되면 공장 사람들이 축구를 할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의 축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박항서 감독은 결승 진출 직후 베트남의 한 기업에서 차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차는 베트남에서는 엄청 큰 선물이고, 기업이 이 정도면 나라 전체가 꿈틀대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베트남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베트남에서 외국 자동차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기업인 ‘THACO’라는 곳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기아차 옵티마를 선물했다. 이 기업은 또 베트남 축구대표팀에게 5억동(한화 약 25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감독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베트남 현지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현지 교민들의 증언이 쏙쏙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계정 ‘베트남 라이프’(@vietnam_salayo)는 23일 베트남의 결승 진출 직후 “베트남 동남아시아 최초로 U23 결승진출 광란의 하노이. 매드 씨티임. 술집이 순식간에 클럽됐다. 아 너무 신남. ‘무적베트남+박항서 오빠’ 이름 외치며 열광하는 중”이라고 썼다. 이 계정은 지난 21일 베트남의 4강 진출 직후에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팀이 이라크 승부차기로 이기고 동남아 최초로 U23 4강 진출해서 집 오는 길까지 베트남 사람들 9375829184명한테 사랑한다고 어깨동무하고 소리지르고 한국최고 소리 들었다. 그리고 택시기사는 40분 동안 축구 얘기하다 집 앞에서 창문 내리고 한국 만세 소리지름”이라고 썼다.
커뮤니티 SLR 클럽에서 ‘Hello웨딩’이라는 이용자도 “베트남 나라 전체가 뒤집어 졌다”며 ‘현재 베트남 상황’이라는 사진 게시물을 올렸다. 루리웹의 ‘빨강머릿’도 “U23 아시아 대회지만 국제대회 처음으로 결승행. 박항서 감독은 거의 히딩크 수준으로 칭찬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