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23 21:20
수정 : 2017.11.2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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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9일 미얀마 와이캉에서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가려고 나프강을 건너고 있다. 와이캉/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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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내 송환 시작”…60만 난민 송환 가능성
국제적 비난 고조에 미얀마 정부 타협에 나선듯
미, 3개월 만에 “로힝야 사태는 인종청소” 규정
“고향 돌아오는 로힝야족 안전대책 급선무”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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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9일 미얀마 와이캉에서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가려고 나프강을 건너고 있다. 와이캉/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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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청소와 대규모 난민 발생으로 국제적 우려를 키운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에 관해 미얀마 정부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난민 송환에 합의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3일 로힝야족 난민 송환에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발표를 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송환은 두 달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과 마무드 알리 방글라데시 외무장관의 회담 직후 나왔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월 미얀마 정부군이 로힝야족 이슬람 무장세력의 경찰서 습격을 이유로 로힝야족 거주 지역에 대한 소탕전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군사작전과 방화, 집단 성폭행 등이 만연하면서 인종청소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미얀마군의 공격과 피난 선박 좌초 등으로 1천명 넘는 로힝야족이 사망했다. 62만명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대피해, 미얀마에는 전체 로힝야족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로힝야족 송환 방식을 구체적으로 짜기 위해 양국이 3주 안에 실무 그룹을 발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체적 송환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잔학행위가 다발한 상황에서 미얀마로 돌아오는 로힝야족의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문제가 제대로 풀리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 합의는 로힝야족은 과거에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이들이고, 자국 시민권을 인정할 수도 없다던 미얀마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 고조에 몸을 낮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지만 로힝야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비난을 받아온 수치 자문역은 20일까지만 해도 “불법 이민이 테러를 퍼뜨린다”며 뻣뻣한 자세를 보였다.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미국 행정부가 전날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 미얀마 정부의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에서 일어난 상황은 로힝야에 대한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이런 잔혹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얀마에 대해 제재 카드를 쓸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유엔은 이미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했지만, 미국은 같은 평가를 내리는 것을 주저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힝야족에게 손길을 내밀기로 한 것도 미얀마 정부에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지도부와 로힝야 난민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은 28일 수도 네피도에서 수치 국가자문역과 만난 뒤 30일 양곤에서 미얀마군의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을 만나기로 했다. 1일에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리는 종교 간 회의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면담할 계획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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