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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1 14:47 수정 : 2005.11.21 14:55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협정 체결을 기념하는 베트남 문화주간을 맞아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베트남 모델들이 전통의상인 ‘아오자이’ 패션쇼를 펼치고 있다. 이곳에서는 12일까지 베트남 전통의상과 공예품을 전시하고 민속음악과 무용 공연 등을 연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아침부터 무더운 호치민의 한가로운 일요일인 지난 11월20일. 이른 아침인 오전 8시부터 호치민 시내 5군에 위치한 홍방대학교 408호 강의실은 아오이를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로 부산했다. 이들은 23회째 스승의 날을 맞아 작은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이 학교 한국어과 학생들이다.

유교 전통이 강한 베트남에선 스승을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존경하고 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날은 오랜 은사님의 댁을 방문하여 인사를 드리거나 선생님이 즐겨 드시던 음식이나 소박한 정성을 선물하는 게 관례다. 개혁개방 이후 도시화되면서 예전만큼의 정겨움은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200여명의 한국어과 학생들은 전날 대학 전체의 공식행사와는 별도로 매년 해오던 대로 한국어과 자체의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여학생들이 은사님들을 위한 꽃바구니를 만드는 꽃꽂이 경연대회를 시작으로 1학년생들의 합창, 2학년생들의 패션쇼, 3학년생들의 춤, 4학년생들의 연극 등 다채롭게 진행됐다. 장기자랑에 나선 학생들의 재롱에 사제지간은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반동안 웃음꽃이 만발했다. 한 학생은 “이 행사를 위해 지난 3주 동안 매일 방과 후 1~2시간씩 시간을 내어 연습을 했다”면서 “패션쇼에 등장했던 옷은 종이를 재활용해 직접 만들었고 꼬박 2주가 걸렸다”고 말했다.

이날 꽃꽂이와 패션쇼에서 1등을 차지한 2학년생 응웬 티 망 학생은 서툰 한국어지만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한국어과 학생들은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첫째, 한국어를 아주 잘하시고, 둘째 마음이 아주 좋습니다. 셋째,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받지 않고 욕을 하지 않습니다.”

학과장인 윤준철 교수는 “별도의 스승의 날 행사는 한국어과만의 전통”이라며 흐뭇해 했다. 이아무개 교수는 “일요일이라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오랫동안 행사를 준비해 온 걸 알기 때문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웃었다.

과자 몇 종류와 생수를 앞에 놓고 하는 사은행사였지만 스스럼없이 나서서 노래를 부르고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베트남 젊은 대학생들의 모습은 치맛바람 때문에 제대로 행사를 하지도 못하는 한국의 상황과는 달라 인상적이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정성들여 만든 꽃바구니를 들고 최근 교통사고로 입원중인 ‘인기많은 노총각’ 강보경(49) 교수의 병실로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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