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02 16:17
수정 : 2017.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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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남인 도안트흐엉(왼쪽)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의 모습으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2일 재배포한 사진.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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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첫 공판서 “북 요원에 속았다” 되풀이
말레이시아 검찰은 “북 요원에 살해 훈련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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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남인 도안트흐엉(왼쪽)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의 모습으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2일 재배포한 사진.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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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 두 명이 첫 공판에서 무죄를 호소했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2일(현지시각) 오전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인 도안티흐엉(29)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두 사람은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가족을 보려고 마카오로 돌아가려던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브이엑스(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암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은 두 피의자 모두 북한 요원들한테 속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재판은 사건이 벌어진 지 8개월 만에 열렸다. 현지 검찰이 3월1일 이들을 기소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상급법원으로 사건이 이첩되는 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걸렸다.
두 여성은 이날 오전 8시께 고개를 숙인 채 방탄 조끼를 입고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법정 밖에 모여있던 기자들을 지나쳐 갔다. 법정에서 (검찰이) 인도네시아어와 베트남어로 두 사람의 혐의를 읽은 뒤 두 사람이 통역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살인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하도록 한 말레이시아 법에 따라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들은 체포 이후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북한 용의자들이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고 자신들을 속였다는 주장이었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은 “아이샤는 김정남 얼굴에 바른 물질이 독이라는 걸 몰랐다. 그녀 역시 이 사건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도안티흐엉의 변호인도 “도안은 법정에서 그녀의 무죄가 성립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변호인단은 북한으로 도주한 요원들이 진범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검찰은 법정에서 두 여성이 김정남을 살해할 의도로 네 명의 북한 남성들과 동행했다는 걸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검찰은 두 여성이 김정남을 암살하기 위해 북한 요원들로부터 훈련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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