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4 17:17
수정 : 2017.09.0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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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독립 언론 <캄보디아 데일리>가 4일 누리집으로 자사 폐간 소식과 야당 대표 체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 캄보디아 데일리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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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집권 훈센 총리, 내년 총선 앞두고 야당·언론 탄압
독립 영자지 <캄보디아 데일리> 10년 밀린 세금 못내 문닫아
신문사 “정상적이라면 폐간 아닌 감사·협상으로 해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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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독립 언론 <캄보디아 데일리>가 4일 누리집으로 자사 폐간 소식과 야당 대표 체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 캄보디아 데일리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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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얼마 남지 않은 ‘독립 언론’이 갑작스런 세금 폭탄을 맞고 폐간했다. 내년 선거에서 집권 32년 만에 최대 도전에 직면하리라 예상되는 훈센(65) 총리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 등 외신은 4일 캄보디아 영자지 <캄보디아 데일리>가 이날 ‘마지막 신문’을 발행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조세 당국은 지난달 5일 이 신문에 10년간 밀린 세금 630만달러(약 71억원)를 한달 안에 내라고 통보했다. 훈센 총리는 그 후로 <캄보디아 데일리>를 ‘도둑들’이라 부르며 “세금을 안 내려거든 짐을 싸서 떠나라”고 여론전을 폈다.
신문은 성명에서 “세금이 언제 밀린 거고 액수가 얼마인지는 조세당국과 신문사주 사이에 합법적인 토론이 가능하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감사와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분쟁”이라며 “(감사와 협상) 대신 천문학적인 세금 추징의 타깃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캄보디아 안팎에서는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훈센 총리가 비판적 언론을 미리 탄압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85년 최연소 총리가 된 이후 32년간 집권해 온 훈센 총리지만 내년 선거에서 고전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탓이다. <캄보디아 데일리> 외에도 8개 라디오 방송국이 지난달 방송 중단 명령을 받았다. 미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자유아시아라디오>와 <미국의 소리>도 납세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미 국무부는 “캄보디아의 민주주의 기후가 매우 우려스러울 정도로 악화됐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에서 비판적 언론들이 상당한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이번 조처도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캄보디아 데일리>는 1993년 미국 언론인 버나드 크리셔가 창간했다. 훈센 총리는 올 들어 부쩍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일부 언론인을 “외국의 하수인들”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미국인 편집장인 조디 드종은 <로이터> 통신에 “이 신문은 가장 어려운 이슈들을 기사로 써왔다는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운영해온 전 기간 동안 우리는 훈센 쪽에 ‘가시’였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하루 수천부가량을 발행했는데, 부패, 재정 낭비, 환경 오염, 토지 소유권 같은 민감한 이슈와 관련한 특종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날 최후의 1면에는 ‘노골적인 독재 정권으로 전락’이라는 제목 아래 제1 야당 대표 체포 기사가 실렸다. 캄보디아 정부는 익명의 외국인과 공모한 반역죄 혐의로 캄보디아구국당 켐 소카 대표를 전격 체포했다. 총리를 비판해 온 야당 및 단체 인사들에 대한 일련의 체포 중 하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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