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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31 17:17 수정 : 2017.06.01 09:49

31일 아침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단지에서 대규모 차량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인근 건물들이 무너지고 차량들이 파괴됐다. 이 테러로 적어도 80명이 숨지고 350명이 다쳤으며 한국대사관 건물도 일부 파손됐다. 카불/EPA 연합뉴스

부상자 350명…대통령궁·대사관 밀집지역 출근길 테러
한국대사관 건물도 일부 파손…탈레반 “우리 소행 아냐”

31일 아침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단지에서 대규모 차량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인근 건물들이 무너지고 차량들이 파괴됐다. 이 테러로 적어도 80명이 숨지고 350명이 다쳤으며 한국대사관 건물도 일부 파손됐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단지에서 대규모 차량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80명이 숨지고 350명이 다쳤다. 한국대사관 등 여러 나라의 대사관 건물도 파손되고 일부 대사관 직원들이 다쳤다.

31일 아침 8시25분께 카불의 와지르 악바르 칸 지역에 있는 잔바크 광장 근처의 교차로에서 대형 차량 폭탄이 터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프간 보건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적어도 80명이 숨지고 35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사상자의 대부분이 민간인들이며, 여성과 어린이도 많다고 했다.

아프간 내무부는 성명에서 “가장 강력한 말로 테러 공격을 비난한다”며 “이런 극악한 행동은 평화로운 아프간, 인간성에 반하는 짓이다”라고 비난했다. 아프간 대통령실도 성명을 내어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에 민간인들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자행한 것을 비난했다.

외신들은 자살 폭탄 테러에 이용된 차량이 대형 화물트럭 또는 급수차로 보이며, 아침 출근시간대여서 피해가 컸다고 했다. 폭발은 수백미터 떨어진 곳의 유리창도 깨질 정도로 강력했다. 머리를 다친 모하마드 하산(21)은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50여대의 차량도 완전히 파괴되거나 피해를 입었다.

차량 폭탄이 터진 지역은 각국 대사관과 아프간 대통령궁, 외무부 건물 등이 있는 곳으로, 아프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진다. 대사관들이 있는 곳은 폭탄 공격에 대비해 3m 높이의 장벽도 설치돼 있다. 바시르 무자히드 카불 경찰 대변인은 “차량 폭탄은 독일대사관 근처에서 터졌다”면서도 “정확한 표적이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로 한국·독일·프랑스·중국·파키스탄 대사관 건물 등이 피해를 입었다. 독일 외무부는 테러로 인해 독일대사관을 경비하던 아프간인 보안요원이 숨졌으며 몇명의 대사관 직원이 다쳤다고 밝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아프간의 자사 취재진 4명을 사무실로 출근시키던 운전사가 테러로 숨졌으며, 취재진 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방송은 일본대사관 직원 2명도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테러를 자행했다고 밝힌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나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슬람국가는 지난 3일 카불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로 민간인 8명이 숨진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에 아프간에 있는 외국군을 표적으로 한 봄철 대공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번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이슬람에미리트 무자헤딘(탈레반)과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민간인을 겨냥하거나 또는 민간인이 다치는 모든 폭발이나 공격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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