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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1 11:36 수정 : 2017.05.01 20:26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29일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트럼프, 두테르데 백악관 전격 초청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29일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미국에 초청했다. 막말로 정평이 높은 두 정상들이 어떤 언사를 주고 받을지, 특히 두테르테는 최근 중국과의 밀월을 과시하며 미국의 애를 태우고 있어, 트럼프가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밤 두테르테 대통령과 통화하고 그를 미국으로 초청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밤 늦게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통화에서 두테르테와 “매우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행정부 관리들은 두테르테와의 통화가 필리핀에서 오는 11월에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앞두고 동남아 국가 정상들과 한 통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아세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두테르테는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8천명에 달하는 인명살상 등 인권침해 논란으로 미국의 조야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두테르테 초청을 놓고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는 내부적으로 반대를 표명했다고 행정부의 관리들이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취임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자, 양국 사이의 “이별”을 요구하며, 중국으로 접근했다. 그는 중국을 방문해 “미국은 지금 패배했다”며 “나는 당신들의 이데올로기 흐름에 내 자신을 재조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특히 미군의 필리핀 방문을 다시 허락한 양국 사이의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또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매춘부의 아들”이라고 욕설도 퍼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두테르테의 이런 행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 저지를 아시아 태평양 정책에서 최우선 사안으로 설정하는 미국에게는 큰 구멍을 의미한다. 필리핀은 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미국에게는 가장 중요한 동맹이다.

두테르테는 오바마한테와는 달리 트럼프에게는 큰 호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성명을 내 트럼프가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이 잘되기를 기원해줬다고 했다.

막말과 포퓰리즘을 공통점으로 하는 두 정상이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는데다, 양국 역시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있어, 두 정상의 만남은 일단 우호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두테르테 정상회담은 트럼프가 취임 이후 가졌던 어떤 정상회담보다도 트럼프가 얌전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두테르테의 친중국 행보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11월의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주최국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견제 문제의 강도를 결정할 핵심 국가이다. 미-필 관계에서 일단 두테르테가 유리한 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동맹국들을 압박했던 방위비 분담 문제 같은 것은 꺼낼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를 능가하는 막말을 하는 두테르테는 중국 카드를 휘두르며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와 지원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에이비시>(ABC)와의 회견에서 두테르테 초청을 북한 문제와 연계시켰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서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북한을 압박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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