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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3 20:03 수정 : 2017.02.13 20:50

감옥 규모에 비해 수감 인원이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필리핀 퀘손주의 한 수감 시설에서 수감자들이 좁은 계단에 누워 잠들어 있다. EPA 연합뉴스

감옥 규모에 비해 수감 인원이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필리핀 퀘손주의 한 수감 시설에서 수감자들이 좁은 계단에 누워 잠들어 있다. EPA 연합뉴스
필리핀 정부가 형사 범죄에 대한 처벌 가능 나이를 현행 15살에서 9살로 낮추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이런 방침은) 모든 면에서 잘못된 아동학대”라고 비판했다.

13일 유니세프 필리핀사무소 로타 쉴반데르 대표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10대 시절을 감옥에서 보낸다면 그들의 인생이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부터 형사처벌 나이 하향 조정과 사형제 부활 등 범죄자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쪽으로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적으로만 보면 최악의 경우 9살 어린이도 사형에 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집권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 용의자들에 대한 사법 외 사살을 정당화해 나라 안팎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과 자경단에 사살된 마약 범죄자만 7000명이 넘는다.

유니세프의 쉴반데르 대표는 “9살 어린이는 범죄의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며, 특히 어른들의 강요로 저지른 범죄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조처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사실과 별개로,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심각하다는 걸 알지도 못한 어린이들을 그처럼 가혹한 형사처벌 시스템으로 처벌하는 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쉴반데르 대표는 또 형법 개정안이 범죄를 줄이기는커녕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들을 어린 나이에 감옥에 보냄으로써, 감옥에서 다른 성인 범죄자들로부터 범죄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필리핀의 형사재판 절차가 엄청나게 느려서 아이들이 유무죄 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필리핀의 경찰 통계를 보면, 이 나라에서 15살 이하 소년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범죄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니세프는 필리핀에서 1995년 이후 5만2000여명의 어린이가 절도나 본드 흡입 등 비교적 사소한 범죄로 체포됐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형법 개정안은 지난해 의회 하원에서 발의돼 통과된 뒤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데, 인권침해 논란과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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