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05 10:30
수정 : 2016.10.05 10:37
유럽연합에는 “연옥을 골라라…지옥은 가득 찼다”
무기판매 거부하는 미국과 단교 불사 뜻도 내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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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은 지난 9월6일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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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지옥에 갈 수 있다”며 또다시 거친 말을 쏟아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4일 미국이 자신이 주도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는 것을 지적하며 “우리를 도와주기는 커녕 처음으로 비판에 나선 게 미국 국무부였다. 오바마 당신은 지옥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해도 좋다고 지시해, 두테르테 취임 뒤 마약과의 전쟁으로 3000여명이 숨졌다. 미국과 유럽연합, 유엔(UN)은 인권 침해 우려를 들어 두테르테의 정책을 비판했으나, 두테르테는 이들에게 오히려 욕설을 퍼붓고 있다. 두테르테는 미국과 함께 자신의 정책을 비판한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연옥을 고르는 게 낫겠다. 지옥은 가득 찼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이날 마닐라의 다른 장소에서 한 연설에서는 미국과 단교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두테르테는 “결국 내 임기 동안 나는 미국과 관계를 깨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미국이 필리핀에 무기 판매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두테르테는 “미국이 무기를 안 팔면, 러시아로 가겠다. 내가 장군들을 러시아로 보냈더니, 러시아가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필리핀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갖고 있다. 우리가 주겠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또 그는 “중국도 그렇다. 중국은 ‘와서 서명만 해라. 모두 전달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필리핀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두테르테가 쏟아낸 거친 말은 미묘한 시기에 나왔다. 4일은 미군과 필리핀군이 공동으로 상륙 작전 위주의 공동 군사훈련을 시작한 날이었다. 이 훈련에는 미군 1만1000명과 필리핀군 400명이 참가했다. 두테르테는 이번 훈련이 양국의 마지막 공동훈련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두테르테는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하라고도 요구한 바 있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양자 관계에 중요한 변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필리핀 정부에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미-필리핀 동맹은)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되는 굳건한 동맹이다. 외교적 소통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니스트 대변인은 “비록 우리가 강한 동맹을 지키고 있지만, 미국은 초법적 살인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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