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26 22:24
수정 : 2016.09.26 22:24
그리스 일부 학부모, 입학 정책 반대
차별 아니라지만 ‘외국인 혐오’ 조짐
지난 2월 시리아에서 그리스로 온 난민인 9살 소녀 마리야는 북서부 오라이오카스트로의 버려진 담배 공장에 임시로 만든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리스 보건 당국이 캠프 폐쇄를 요청했을 만큼 캠프의 위생 상태는 좋지 않다. 마리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그리스 정부가 난민 자녀들에 대해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을 허가해 공부를 할 길도 열렸다.
하지만 일부 그리스 학부모들은 “난민 자녀들이 전염병을 옮길 수 있고, 그리스인들과 문화적 차이가 크다”며 난민 자녀 그리스 학교 입학에 반대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마리야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입고 있는 지저분한 옷과 맨발을 가리키며 “(그리스인들이) 이런 나를 학교에 들어가도록 해줄까요?”라고 되물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지난주 그리스 서부 필리피아다 학부모 단체는 지역 당국과 교육부에 난민 아동들이 그리스 아이들과 섞여 교육받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도 이른바 비정상적 이민자들의 자녀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들(난민 자녀들)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질병과 건강 상태로 다른 대륙에서 왔다. 우리는 종교적 광신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라이오카스트로도 지역민들의 난민 자녀 학교 입학에 부정적인 곳 중 하나다. 이달 초 오라이오카스트로 학교 2곳의 학부모 단체는 난민 자녀들의 입학이 허가되면 학교 운동장을 점거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오라이오카스트로 학부모 단체를 인종차별적 공격을 한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오라이오카스트로 시장인 아스테리오스 가보치스는 오라이오카스트로시에 너무 많은 난민이 있다고 호소했다. 시 인구는 3만명에 불과한데 난민 수는 그리스 전체 난민 6만명의 10%인 6000명이라고 전했다.
오라이오카스트로의 그리스 학부모인 아스테리오스 바토스는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난민 자녀 학교 입학을 위한) 제대로 된 선행 조처가 있는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 점거 계획에 반대했던 학부모인 카테리나 카라니콜라우는 “2월부터 이도메니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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