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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6 09:40 수정 : 2016.09.06 09:43

미, 양국 정상회담 취소
미-필 관계 급속 악화
남중국해 둔 미중 대결에도 영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개자식”이란 욕설을 퍼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5일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 와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미국은 두테르테의 욕설 파문에 양국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해, 양국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비엔티안/AF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개자식”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미국은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했고,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결에도 큰 변수로 떠올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5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로 떠나기 전에 마닐라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빚는 자신의 마약 단속을 오바마가 거론한다면 “그 회의에서 너에게 개자식이라고 욕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는 자신에게 무례하지 말아야 한다며 “만약 당신이 나에게 그런다면 우리는 진흙탕에서 돼지처럼 뒹굴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약 단속은 계속 될 것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고, 마지막 밀매자가 거리에서 사라질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두테르테가 오바마가 퍼부은 욕설은 필리핀 현지어로 ’푸탕 이나’라는 말로, ’매춘부의 자식’ 혹은 ’개자식’이란 뜻이다. 두테르테는 이 말을 지난 5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도 했고,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에게도 “매춘부의 게이 자식”이라는 욕설을 했다.

미국은 즉각 6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이례적이고도 강경한 외교조처를 취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바마 대통령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갖지 않을 것이다”며 “대신에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욕설을 전해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라오스 브앙티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는 “기상천외한 사람”이라고 대꾸했다. 그는 “우리가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찾아보라”고 필리핀 관리들과 만나는 자신의 보좌진들에게 말했다며, 그와의 정상회담을 재고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는 “나는 언제나 내가 회담을 가질 수 있는지, 그것이 실질적으로 생산적인지,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를 확실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도중에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은 오바마와 두테르테의 첫 회담으로, 오바마는 두테르테의 마약 단속,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그와 논의할 예정이었다. 특히, 백악관 쪽은 오바마가 두테르테의 마약 단속 과정에 빚어지는 인권 침해에 대한 그의 우려를 자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테르테의 욕설 파문에 이은 양국 정상회담의 취소로 양국 관계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둔 분쟁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필리핀은 지난 7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근거없다는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이끌어낸 국가이다.

미국은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와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결과 관련해 동남아 국가들은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두테르테의 욕설 파문으로 남중국해 분쟁에서 핵심적인 동맹국과의 관계가 크게 어그러졌다.

두테르테는 지난 6월30일 취임 이후 전임 정부와는 달리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과의 화해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헤이그 재판소의 판결 뒤 “영토 문제가 아니라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라며 중국과 과도한 긴장 유발을 억제해왔다. 그는 또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을 중국에 특사로 보내, 이 문제와 관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 역시 두테르테의 행보를 환영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그는 미국이 자신의 내정에 개입한다며,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를 욕하고, 유엔 탈퇴까지 경고하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베그니노 아키로 전 대통령이 중국의 위협 대처를 명분으로 미국과의 군사관계를 강화한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헤이그 국제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국을 더욱 압박하려 했으나, 핵심 당사국이자 동맹국인 필리핀의 이탈로 큰 차질을 빚게됐다.

필리핀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된다면, 미국의 태평양 방위와 정책에서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서 핵심적인 국가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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