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30 09:40
수정 : 2016.08.30 10:21
관광부 장관, 관광객 안전 대책 회의에서 발언
“여성에게 책임 돌리는 발언“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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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그라에 있는 관광 명소 타지마할의 모습. 아그라에서 열린 회의에서 인도 관광부 장관이 인도를 여행하는 여성은 “안전을 위해 치마를 입지 말라”고 말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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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관광부 장관이 인도를 여행하는 여성은 치마를 입지 말라는 권고를 내놔, 비판을 받고 있다.
마헤쉬 사르마 관광부 장관은 타지마할이 있는 유명 관광 명소 아그라에서 열린 여행객 안전 관련 회의에서 “여성들이 인도를 여행할 때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짧은 옷이나 치마를 입지 말아야 한다. 인도 문화는 서구와 다르다”고 말했다고 29일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지난 28일 열린 회의에서 사르마 장관은 인도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안내문을 주고 있는데, 이중에는 여성 여행객 안전에 대한 안내도 들어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배포되기 시작한 안내문은 인도 정부가 최근 몇년 동안 인도에서 벌어진 성폭력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여성 관광객이 줄자, 내놓은 대책이다. 사르마는 안내문에 여행객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적혀있다고 말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서 혼자 밤에 돌아다니지 말 것 그리고 어딘가를 이동할 때 탑승한 차량의 번호판을 찍어서 지인들에게 보낼 것 같은 것들이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2012년 델리 버스 성폭행 사건으로 인도 여성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범죄 처벌 강화와 성폭력 범죄 재판 신속 진행 같은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인도 여성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진 성폭력도 상당수 있다. 지난 6월 이스라엘 여성이 히말라야 산맥 부근 마날리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2014년 일본 여성이 비하르에서 납치된 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인도 통계를 보면, 인도에서는 여성 대상 성폭행이 하루 92건씩 벌어진다.
하지만 사르마의 여성 관광객 안전 대책은 성폭력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델리에 있는 싱크탱크인 ‘사회연구소’의 소장인 란자나 쿠마리는 “장관은 자신의 무책임한 발언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장관의 발언은 여성을 비난하는 태도다. 문제는 남성들이다. 장관은 어떻게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할지를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 왜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인도에 여성들이 와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비판이 일자 사르마 장관은 자신의 발언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물러섰다. 사르마 장관은 “우리는 (관광객들이) 무엇을 입고 입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떤 구체적 지도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관광객들에 밤에 나갈 때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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