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2 10:05
수정 : 2016.08.22 10:05
H&M “14살 이상은 아동 노동 아니야”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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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모습. 오랜 군사독재 뒤 최근 외부세계에 문을 열고 있는 미얀마에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온 외국 패션 업체들이 많으며, 이곳에서 아동 노동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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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스파(SPA·기획,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도맡아 하는 업체) 브랜드인 에이치앤앰(H&M)의 미얀마 납품 업체가 14살 아동까지 고용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스웨덴 출신 저자들은 다음주에 출간할 예정인 <패션 노예들>이라는 책에서 이같이 밝혔다가고 영국 <가디언>이 21일 전했다. 에이치앤앰뿐 아니라 세계적 의류업체들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아동 노동을 이용해 저가로 의류를 생산해,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 공급하는 일들은 최근 계속 문제가 되어왔다.
<패션 노예들>의 저자들이 만난 ‘주주’라는 이름의 미얀마 소녀는 자신이 14살 때부터 에이치앤앰 납품업체에서 일했다며 “그들(에이치앤앰 납품업체들)은 일하기를 원하면 누구나 고용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한 15살 소녀는 에이치앤앰 납품업체에서 밤 10시까지 일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제 노동기준 뿐만 아니라 미얀마 국내법까지 어긴 것이다. 저자들은 하루 12시간 아동들이 노동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납품업체들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근방에 있다.
세계적 패션 업체들은 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납품 업체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더 싼 노동력을 찾아서 오랜 군사독재로 고립 상태에 놓여있었던 미얀마로 진출하고 있다. 미얀마의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은 8시간 노동 기준으로 3600챠트(약 3400원)이다.
에이치앤앰은 납품 업체들이 2013년 이후부터 14살에서 17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켰다며, 이에 대한 대응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이치앤앰은 14살 아동 노동은 국제법상 아동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에이치앤앰은 아동 노동을 시킨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에이치앤앰은 성명에서 “국제 노동법에 따르면 14살에서 18살까지는 아동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미얀마에서 이 나이대 사람들을 노동에서 배제하지 않은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이치앤앰은 따라서 어떤 형태이든 아동 노동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디언>이 영국에서 영업하는 패션 브랜드들에 문의해보니,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에 따라 14살 미만 아동 노동은 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13살에서 15살 사이 아동의 경우에는 건강이나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가벼운 노동을 하는 일에 고용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마크앤스펜서는 납품업체들이 18살 이상만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고, 테스코는 구체적 설명없이 아동 노동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만 밝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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