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8.02 11:44 수정 : 2016.08.02 13:56

소 보호 자경단 폭력에 달리트들 분노
구자라트주서 2만5000명 항의 시위
모디 총리 후계자 사임 발표

지난 31일 인도 구자라트주 최대 도시인 아흐메다바드에서 달리트 2만5000명이 상위 카스트들이 소를 보호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달리트를 폭행하는 것에 대해 항위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달리트가 해오던 가축의 가죽 벗기는 일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아흐메다바드/AFP 연합뉴스
‘소가 뭐길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를 둘러싸고 상위 카스트와 달리트(불가촉 천민) 사이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상위 카스트들은 소 보호 자경단을 조직해 소를 잡은 것으로 의심되는 달리트를 길거리에서 공개적으로 폭행했고, 이에 분노한 달리트들이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모디 총리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구자라트주 총리 아난디벤 파텔은 달리트들의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자 사임을 발표했다고 1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 31일 구자라트주에서는 달리트 2만5000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소 보호 자경단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달리트들의 분노는 이달초 소 보호 자경단이 달리트 4명을 길거리 한복판에서 옷을 벗기고 쇠몽둥이로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폭발했다. 소 보호 자경단은 폭행당한 달리트 4명이 소 가죽을 벗기는 것을 알고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구자라트주에서 소 도축은 불법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폭행당한 달리트들이 소를 도축한 것이 아니고 소는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는 전했다. 달리트들은 항위 시위를 벌일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달리트들이 하는 일인 가축 분뇨 치우기와 하수구 청소를 중단하는 파업도 벌였다.

소 도축을 둘러싼 카스트 간 갈등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힌두민족주의 계열의 인도인민당(BJP)이 지난해 집권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인도인민당 집권 뒤 상위 카스트를 중심으로 소 보호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전통적으로 소 도축 금기에서 자유로웠던 달리트와 무슬림에 대한 공격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뉴델리에서 35㎞ 떨어진 다드리에서 마을 주민들이 소고기를 먹었다는 의심만으로 무슬림 남성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일도 있었다. 살해당한 무슬림 남성의 가족들은 “집에 양고기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도인민당은 힌두민족주의자들이 주요 지지층이지만 유권자의 20%에 해당하는 달리트들도 달래야 하는 처지에 빠져있다. 인도인민당은 내년 구자라트주 선거도 있어서 파텔 총리를 사임시키고 이 기회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는 편이 낫다는 계산을 한 듯 보인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총선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자신이 집권하면 소를 보호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그는 최근 소 보호 자경단들이 달리트들에게 저지르는 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