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6 14:38
수정 : 2016.07.26 14:54
불법이지만 470만명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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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일대에 만연한 아동 노동. 사진은 인도네시아의 아동노동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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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방직 공장에서 9살 소년이 관리자들의 학대를 받아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방글라데시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한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 국가에 의류를 수출하는 국가이지만, 광범위한 아동 노동과 학대 문제가 심각하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룹간지 지역 경찰은 이 지역 방직공장 관리자가 공장에서 일하던 9살 소년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 등이 25일 전했다. 경찰은 학대에 가담한 혐의로 다른 관리자 3명을 조사중이다.
지난 24일 룹간지에 있는 조베다 방직공장에서 9살 소년 사가르 바르만이 공장 에어컴프레서(공기 압축기) 근처에서 배가 부푼 채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아버지 라탄 바르만(70)은 소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소년은 끝내 숨졌다. 경찰은 공장 관리자들이 소년의 입에 공기 압축기를 넣고 가동해서, 소년이 죽었다고 보고 있다. 아버지는 공장 관리자들이 평소에도 자신과 아들을 괴롭혀 왔으며, 작은 실수에도 자신들을 구타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숨진 날 공장 관리자들의 괴롭힘에 항의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공장 관리자들이 바르만 부자가 제한 구역에 들어오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다. 공장에 설치된 공기 압축기는 원래 공장 기기들을 청소하는 용도이지만, 노동자들이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는 용도로도 써왔다. 소년도 숨진 날 공기 압축기로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4살 이하 아동을 고용하는 일이 불법이지만, 아동 노동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소년의 아버지는 “우리는 가난하다. 아들이 공장에서 일하면 생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공장에서 다 쓴 실패를 주워서 정리하는 일을 했고, 아들도 같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방직 공장은 방글라데시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곳으로 노동자 4000명이 일하는 곳이었다. 경찰은 사건 뒤 방직 공장을 수색해 아동 27명을 찾아냈다. 공장주는 사건 뒤 달아났다. 다카의 비정부기구(NGO)는 방글라데시의 14살 이하 아동 노동 인구가 4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광범위한 아동 노동으로 인한 학대 사건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오토바이 공장에서도 12살 소년이 이번에 숨진 소년과 비슷한 방식으로 학대 받은 뒤 숨진 일이 있었다. 당시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아동 노동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숨진 9살 소년이 받았던 급여는 한달에 3100다카(약 4만5000원)였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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