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3 16:19
수정 : 2016.07.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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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방글라데시 다카의 테러 현장에 부상자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구급차가 들어오고 있다.다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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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의 마지막 주를 맞아 평화로운 저녁을 즐기는 손님으로 가득했던 방글라데시 다카의 레스토랑은 무장한 괴한들이 들이닥친 뒤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의 구절을 암기하라고 지시했으며, 암기하지 못할 경우 잔혹하게 고문하고 살해하는 등 철저하게 외국인을 표적으로 테러를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밤 8시45분께 총과 흉기로 무장한 괴한 9명은 방글라데시 다카의 외국 공관 밀집 지역에 자리한 식당인 ‘홀리 아티전 베이커리’에 난입했다. 당시 식당에는 손님과 종업원 등 약 35명 정도가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으며, 큰 폭발음이 난 뒤 괴한들이 들이닥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괴한들은 인질의 국적을 구분해 외국인만을 골라 살해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괴한들은 몇몇 외국인을 살해한 뒤, 인질의 휴대폰을 이용해 주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등 잔혹함을 보였다. 괴한들은 인질극을 벌이는 중에도 “술을 마시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외국인들 때문에 이슬람 교리가 퍼지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생활 방식에 현지인들마저 물들고 있다”고 말하는 등 외국인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반면, 방글라데시 출신 현지인 인질들에게는 커피와 차를 직접 전해주는 등 친절을 보였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새벽,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이슬람교를 설명하며 신실하게 종교를 믿을 것을 설교했으며, 요리사들에게 라마단 기간 중 새벽에 먹는 식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튿날 아침 7시30분께 방글라데시 특공대가 식당 주변으로 배치되며 진압 작전이 임박해오자 괴한들은 식당을 나섰고, 동시에 특공대가 식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11시간가량 이어진 인질극이 마무리되면서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미국 에머리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파라즈 호사인은 방글라데시 출신이어서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과 함께 있던 2명의 지인을 두고 나갈 수 없다고 버티다 결국 이튿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고 당시 지인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던 이탈리아 사업가인 잔니 보스케티는 괴한이 식당으로 난입할 당시 전화를 받기 위해 잠깐 밖으로 나와 있어 목숨을 건졌으나, 아내는 식당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번 테러로 숨진 7명의 일본인은 모두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추진중인 방글라데시 개발협력 프로젝트에서 일하던 사원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고 직후 “무고한 사람들이 잔혹하고 비도덕적인 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은 데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전했으며,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자유의 가치를 확고히 하면서 혐오와 테러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공식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 정부와 협력해 필요한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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