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6.30 20:59 수정 : 2016.07.01 00:04

2014년 집값폭등에 2만명 시위
‘새둥지운동’ 이끈 주거운동가
의원보좌관·공무원 거쳐 ‘변신’

유엔해비타트 초청 토론 참석
점진적 개혁 등 3대 원칙 제시
“시민들 ‘부동산 신화’도 깨져야”


대만 도시개혁조직 사무총장 펑양카이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홍콩에 이어 지구촌에서 집값이 두번째로 비싼 곳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각국의 집값이 떨어졌어도 이곳만은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몰랐다. 27평 아파트가 14억원대로 치솟고, 100억원대의 아파트도 있다. 2014년 10월 참다못한 시민 2만여명이 초호화 아파트 앞 도로에 드러누웠다. ‘새둥지운동’으로 불린 이 집회는 정부의 주택정책에 항의하는 분노의 시위이기도 했다.

이 집회를 이끈 대만의 주거운동 전문가단체 ‘도시개혁조직’(Ours)의 사무총장 펑양카이(46·사진)를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대만의 14개 주거운동단체 연대모임인 ‘사회주택추진연맹’ 대표이기도 하다. 유엔 해비타트 한국민간위원회 등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이날 국회 세미나실에서 ‘대만 시민사회의 선거를 통한 주거권 강화운동’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그는 대만의 주택문제를 ‘3고·3저의 기형적 상황’이라고 요약했다. 3고는 타이베이의 중위소득자가 집을 사기 위해 한푼도 안 쓰고 15.1년을 모아야 할 정도로 비싼 집값, 주택소유비율 85%이지만 71만가구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데다 빈집 비율(공가율)이 10.5%에 이르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런 지경인데도 정부는 0.1%도 안 되는 보유세와 3% 미만의 거래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주택 관련 세금 정책을 유지해 투기를 부추겨왔다. 더욱이 서민들을 위한 사회주택(공공임대주택) 비율은 고작 0.08%인데다 주택도 낡아 그 질이 매우 좋지 않다. 이른바 ‘3저 현상’이다.

“2010년 집회를 벌일 무렵 주택 문제는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은 계속 올라 도무지 부담할 수 없을 정도이니 당연했죠. 우리는 오랜 토의 끝에 사회주택, 즉 공공임대주택제로 문제를 풀기로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주택에 투자한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직접 침해하지 않으며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크게 주지 않고, 둘째로 시민들이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담론이라는 것입니다.”

2014년의 집회는 주택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였음은 물론 무엇보다도 주거가 시민의 기본적 권리임을 널리 각인시켰다. 시민들의 지지와 동참의 밑바탕에는 2010년 이래 지방 및 중앙 등 주요 선거 때마다 주택문제를 핵심 이슈로 제기한 대만 주거운동 조직의 지속적인 활동이 있었다.

펑 총장은 “우리는 선거 때마다 여야 정당들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약속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8년 만에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난 1월의 총통 선거에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 “차이잉원 새 총통이 주택시장 안정을 주요 정책목표로 삼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한마디로 “시민의 주거권 강화 운동”이라고 자평하면서 ‘주거운동 3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는 문제를 분명하게 분석한 뒤,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감시하는 점진적 개혁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너무 완벽주의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겁니다. 손안의 한 마리 새가 숲속의 두 마리보다 나은 것입니다. 셋째는 선거에서 집권당에 요구한 것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꾸준히 감시·감독하는 것입니다.”

펑 총장은 “주거개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부동산에 대한 시민들의 신화를 바꾸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와 달리 20~30대 청년들의 주택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있으니 갈 길은 멀지만 낙관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했다는 그는 한때 국회의원 비서관과 타이베이시 민정국 공무원을 지냈다. 입법과 행정을 두루 경험한 뒤 1989년 시민 5만여명의 집값 항의 시위를 계기로 설립된 도시개혁조직에 동참하면서 주거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대만의 주거운동 경험과 교훈을 한국의 주거운동단체와도 깊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gon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