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4.17 20:20 수정 : 2016.04.17 20:20

국제 초점 I 일 막대한 플루토늄 논란

60년전부터 ‘핵연료 사이클 정책’
고속증식로 ‘몬주’ 개발사업 파탄
핵탄두 6000발 분량 47.8t 보유 ‘골치’

‘재처리 권한 보장’ 미-일 원자력협정
2018년 7월이면 유효기간도 끝나
동아시아 불안 요인으로 부상

“핵 물질의 최소화, 적정 관리란 문제에서, 일본은 ‘사용 목적이 없는 플루토늄은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오프닝 세션에서 일본이 보유한 막대한 플루토늄에 대한 주변국들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의식한 듯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플루토늄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동아시아에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내각부의 지난해 7월 자료를 보면, 2014년 말 현재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47.8t이다. 핵탄두 1개 제조에 8㎏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고 볼 때 무려 6000발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이 “핵은 갖지도, 만들지도, 들이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지켜온 나라임을 고려할 때 이는 모순이다.

일본은 왜 이렇게 막대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게 된 걸까.

1956년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핵연료 사이클 정책’ 때문이다. 이 정책은 원자로를 가동한 뒤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이때 발생하는 플루토늄으로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혼합산화물질(MOX)을 만들어 이를 특수 원자로인 고속증식로에 넣어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고속증식로에서 ‘우라늄 238’이 중성자를 만나면 핵분열을 하는 ‘플루토늄 239’로 변한다. 고속증식로라는 ‘꿈의 원자로’를 통해 연료를 소비하기 전보다 더 효율이 좋은 연료가 생산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 없이 영원히 전기 생산이 가능해진다.

일본은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2018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재처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후쿠이현 쓰루가시엔 ‘몬주’라는 고속증식로의 실증로도 만들었다. 일본이 플루토늄을 갖는 것은 핵무기 제조가 아니라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가 생겨난 것이다.

플루토늄은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민감한 물질이다. 정책 실행을 위해선 미국의 동의가 필요했다. 일본은 1982년부터 6년에 걸친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벌여 미국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핵 활동에 대한 ‘포괄적 (사전)동의’를 얻어낸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엔도 데쓰야 전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대리는 <일본 원자력협정(1988년)의 성립 경위와 이후 문제점>(2014)이라는 책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 등 양국 정상의 깊은 신뢰, 일본의 핵 정책 투명성 등을 인정받아 포괄적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한국도 2013년부터 2년 동안 미국과 똑같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일본처럼 재처리 권한을 얻어내진 못했다. 미국이 핵무기 비보유국에 재처리 권한을 인정한 것은 일본이 유일하다.

시간이 흐르며 미-일 원자력협정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진행해온 고속증식로 몬주 개발 사업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카쇼 재처리 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일본엔 사용처가 없는 플루토늄이 매년 8t씩 새롭게 쌓이게 된다. 이를 인식한 듯 토머스 컨트리먼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17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일본의) 재처리 사업엔 경제적 합리성이 없어 핵의 안전보장과 비확산 정책에 우려를 안기고 있다. (재처리로부터) 철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재처리 권한을 보장하는 미-일 원자력협정은 2018년 7월 유효기간(30년)이 끝난다. 엔도 전 위원장 대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별도의 글에서 “이 협정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2017년 성립하는 미국의 새 정권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이 핵무장을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일본이 이렇게 많은 플루토늄을 보유하게 두는 것이 다른 국가들에 매우 나쁜 선례가 되고 핵 안보상에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22일 냉전 시기 미국 등이 제공했던 연구용 플루토늄 331㎏을 배편을 통해 일본에서 회수해 갔고, 지난 1일에는 교토대학이 보관하고 있는 연구용 고농축 우라늄 45㎏도 가져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일 원자력협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본의 플루토늄은 이미 중국을 자극하고, 한국의 핵무장론을 부추기는 지역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라 있다. 또 미국이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의 비확산 정책과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힘들다.

이에 맞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통해 강화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내세워 재처리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권한을 회수할 경우 애써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한 미-일 동맹이 타격을 입고, 유지할 경우에는 한·중을 자극해 예상치 못한 여러 연쇄 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