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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30 15:02 수정 : 2016.03.30 21:28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최근 공개한 동영상.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전역 시위·파업 건수 급증…5년만에 15배 늘어
노동자 권익 수호로 자리매김했던 공산당 딜레마 처해

“농민공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나라에는 나라의 법이 있으니 과격한 방식으로 법을 위반한다면 엄벌을 받아야 한다.”

지난 17일 쓰촨성 랑중시 공안국 앞마당에서 주민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사가 읽어내려간 판결문은 단호했다. 판사는 단상에 선 농민공 8명에게 징역 6~8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의 혐의는 ‘불법시위’였다. 지난해 8월말 건설노동자 100여명이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를 주동했다는 것이다. 공안국 건물엔 “사회질서를 방해하는 범죄를 타도하자”고 적힌 펼침막이 나부꼈다. ‘공개재판’ 엿새 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랑중시 정부 건물에선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또다른 옥상 고공시위가 일어났다.

중국 노동자들의 파업·시위가 끊임없이 꿈틀대고 있다. 중국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명목상 내건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이상과 달리 노동자들의 처지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불만이 고조되는 탓이다. 빈부격차 해소가 요원한 상태에서 최근 정부 당국은 철강산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중국의 노동 현실을 다루는 홍콩 기반 노동단체 ‘중국노동회보’(CLB)가 집계한 중국 전역의 노동자 시위 및 파업 건수는 2011년 185건에서 지난해 2726건으로 5년 만에 15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3월말까지 벌써 830건이 기록됐다.

중국의 노동운동은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다. 당국이 껄끄러워하는 정치성은 배제하고, 임금·복지 등 기본권 보장에 집중한다. 또 웨이신(위챗)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활동비 모금과 정보 교환을 진행한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최근 공개한 동영상( ▶ 영상 바로가기 )에선 광저우의 노동자들이 1930년대 미국 켄터키주 탄광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며 ‘학습’하는 장면도 나온다. 가구공장 노동자 출신으로 2013년 시위 참가로 해고·구속됐던 활동가 우구이쥔은 “외국 노동자들이 어떻게 운동을 조직하고 시위를 벌이고 협상에 임했는지 우리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시위에 대해선 강제진압과 노동단체 와해, 활동가 구속 등 강압책을 쓴다. 하지만 또다른 쪽에선 기업을 압박해 중재에 나서고 구조조정 대비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유화책도 내놓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노동자 권익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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