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28 20:05
수정 : 2016.03.28 22:07
펀자브주 공원서…사상자 300여명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어린이들
군, 대대적 소탕작전 용의자 5명 체포
부활절인 27일 파키스탄에서 기독교도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자폭 테러로 300여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오후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 라호르의 한 공원에서 테러범 한 명이 자살폭탄을 터뜨려 최소 72명이 숨지고 230여명이 다쳤다고 현지 일간 <돈>(새벽) 등 외신들이 전했다. 공원에는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는데다 휴일 나들이 시민들과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기독교도들로 붐벼 인명 피해가 컸다. 사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인근 병원들에도 처참한 모습의 주검과 부상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펀자브주 당국은 비상사태와 사흘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이날 “우리는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도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라호르 경찰 고위관리는 “기독교도가 특정한 공격 대상은 아니었다. 사망자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공원은 모든 사람이 찾는 곳”이라며 탈레반의 무차별 테러 공격을 비난했다. 파키스탄은 1억9천만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도이며, 기독교 신자는 1.6% 정도다.
이번 테러를 저지른 조직은 2014년 12월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에 있는 군영 공립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14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로 악명이 높다. 당시 사망자의 대다수는 10살 안팎의 어린이들이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라호르의 가톨릭 성당과 개신교 교회에서 동시테러를 벌여 15명을 살해했다.
파키스탄 군과 무장경찰은 이날 테러 직후 라힐 샤리프 육군사령관이 주재한 긴급회의를 열어, 펀자브주 전역에서 무장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소탕작전을 벌이기로 했다고 <돈>이 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날 하루만 5차례의 소탕작전에서 여러 명의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테러를 강력히 비난한다”며 “파키스탄에 사는 종교적 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개인의 안전을 확보할 최대한의 보호 조처”를 촉구했다. 교황청은 “기독교 소수자를 겨냥한 광신적 폭력”이라며 이번 테러를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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