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23 21:50
수정 : 2016.03.23 21:50
사우디서 거액 받은 혐의
“부패했다…이자까지 배상” 주장
나집 “야당과 손잡은 건 실수” 맞서
말레이시아에서 전직 총리가 현직 총리를 비자금 의혹을 둘러싸고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23일 “마히티르 전 총리와 집권당인 통일말레이기구(UMNO) 전 당원들이 나집 라작 현 총리를 직권 남용 및 공직자 수탁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 제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나집 총리가 지위를 이용해 비자금 조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나집 총리는 2013년 총선을 앞두고 국영기업 원말레이시아개발(1MDB)과 관련된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계좌에 6억8100만달러(7910억원)를 입금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였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1월 “이 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나집 총리에게 선물한 것이라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마하티르 전 총리 쪽은 이런 법적 결론이 나집 총리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나집 총리를 부패한 지도자라며 “그가 이 돈에 이자를 더해 정부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통일말레이기구에서 탈당한 뒤 나집 총리 퇴진 시민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통일말레이기구가 나집 총리의 방패막이 구실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야당 지도자,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나집 총리는 “마하티르 전 총리가 야권이나 재야단체 지도자들과 손을 잡은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2003년까지 22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통치한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09년 나집 당시 부총리를 총리로 지명하며 후계자로 삼는 등 정치적 동지였지만 비자금 조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정적이 됐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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