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3 19:44
수정 : 2016.03.1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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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미 핵항모 미국의 전략무기인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13일 오전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존 스테니스호(배수량 10만3천t)는 호닛(F/A-18) 전투기, 프라울러(EA-6B) 전자전기, 호크아이(E-2C)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80여대를 탑재한 세계 최대 항공모함이다. 부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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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동유럽 엠디와 같은 위협
글로벌 균형·안정성 훼손”
한국, 3대 핵강국 격돌장으로
한반도의 사드 배치 문제가 미·중·러 세계 3대 핵강국 사이의 세계 안보 전략 차원의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1일 회담에서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는 동유럽의 미사일방어(MD) 체계와 같은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는 사드가 중·러에 한반도 주변 정세에 미치는 군비가 아닌 자신들의 세계 안보 전략 차원을 위협하는 군비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동유럽의 엠디는 2000년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오랜 글로벌 군비 경쟁의 최대 현안으로 지금도 러시아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엠디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은 러시아로 하여금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을 촉발한 주요한 배경이다.
회담 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의 현재 행동을 고려하더라도 규모 면에서 북한에서 나오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위협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미국이 유럽에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 시스템 (역량)도 그들이 애초에 구축의 명분으로 주장했던 위협과 비교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또 그는 “우리는 이 두 방향(한반도 사드와 동유럽 엠디) 모두에서 글로벌 균형과 전략적 안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며 “그런 계획이 부당하다고 제시할 것이며 미국 파트너들에게 정직하고 열린 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란이나 북한 핑계를 대는 것은 진정한 대화에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 위협을 동유럽 엠디 구축의 명분으로 삼은 것처럼, 북한의 핵 개발 위협을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사드가 “방어적 목적을 초월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북한의 미사일 방어라는) 합리적인 국방 수요를 인정하지만, 사드는 그 수요를 훨씬 넘어선다”며 “사드는 중·러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 행태 때문에 사드 배치 가능성을 놓고 한국과 협의 중이라며 “배치될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만약 배치되면 순수히 방어적이기 때문에 중·러가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러가 사드를 동유럽 엠디와 같은 차원에서 대응한다면, 3대 강국이 한반도를 놓고 더 많은 갈등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2002년부터 추진해온 동유럽에서의 엠디 구축은 러시아의 격렬한 반발로 그동안 몇차례의 수정을 거치고 있다. 미국은 폴란드에 장거리 요격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고,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만들려고 했다. 이에 러시아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낀 자신들의 영토 칼리닌그라드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맞서자, 오바마 행정부는 계획의 일부를 수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폴란드의 육상 미사일 방어기지 설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쪽은 미사일 방어 설비가 가동되는 곳은 우선 대응 대상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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