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3.10 19:54 수정 : 2016.03.10 21:18

20여년간 이어진 가택연금이 해제된 지난 2010년 11월13일, 아웅산 수치(오른쪽)가 자신의 집 앞에서 틴 초와 함께 서 있다. 10일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대통령 후보로 틴 초를 포함한 2명을 지명했다. 양곤/AFP 연합뉴스

한때 운전기사 맡겼을 만큼 신뢰
미얀마 의회서 무난한 당선 예상
수치 실질 권력 행사 의지 밝혀
과도정부 형식적 책임자에 그칠듯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71)가 자신을 대신해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 후보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이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측근인 틴 초(70)를 낙점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NLD)의 압승을 이끈 수치는 10일 하원이 추천할 대통령 후보에 한때 자신의 운전기사 역할을 맡겼을 만큼 신뢰하는 조언자인 틴 초를 지명했다고 <미얀마 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역시 민족민주동맹이 추천권을 확보한 상원 몫의 대통령 후보엔 소수민족 출신의 상원의원 헨리 반 티 유가 지명됐다. 군부가 주축인 통합단결발전당은 현 부통령인 막 칸을 대통령 후보로 추천했다.

미얀마 헌법은 의회 상원과 하원, 그리고 전체 의석의 25%를 무조건 할당받게 돼 있는 군부가 각각 한 명씩 모두 3명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한 뒤 의회가 투표로 당선자를 가리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나머지 2명은 득표순으로 제1부통령과 제2부통령이 된다. 정확한 투표 일정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는데, 수치가 지명한 틴 초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다.

차기 대통령은 군부 출신의 테인 세인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일 새 정부를 구성해 미얀마의 실질적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수치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은 사실상 군부와의 개헌 협상 때까지 과도정부의 형식적 책임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수치의 전 운전사가 (자동차의) 기어를 넣었지만 운전대는 여전히 수치가 잡고 있다”고 비유했다.

미얀마 군부가 개정한 현행 헌법은 본인 또는 직계가족이 외국인 국적자인 사람의 대통령 입후보를 금지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가 영국 망명 시절 만난 남편이 영국인인 점을 겨냥해, 수치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조처였다. 그러나 수치는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뒤 “내가 차기 대통령이 될 순 없지만 그 위에서 실질적 지도자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민족민주동맹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사실상 수치의 대리 대통령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치가 지명한 대선 후보 틴 초는 미얀마 헌정 사상 첫 민간정부 대통령이 유력하지만, 이번 대선 국면 이전까지는 미얀마 국민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만큼 조용하고 차분한 학자 스타일의 인물로 알려졌다. 미얀마의 저명한 역사가 탄트 민우는 “틴 초의 지명은 탁월한 선택으로, 그는 흠결 없는 도덕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수치와 민족민주동맹은 이날 오전 대선 후보를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수치 본인과 최측근 몇 명 말고는 후보 지명자를 알지 못할 만큼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틴 초는 수치와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이자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틴 초의 집안과 수치가 맺은 인연도 끈끈하다. 틴 초의 아버지 민 투 운은 미얀마의 유명 작가이자 ‘국민 시인’으로, 1990년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군부가 총선을 무효화하는 바람에 실제 의정활동을 하진 못했다. 틴 초의 부인은 현재 민족민주동맹 소속 하원 의원이며, 틴 초의 장인인 르윈은 수치와 함께 민족민주동맹의 창당 동지로 주요 당직을 역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