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0 15:06
수정 : 2016.03.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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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연금에서 풀려날 당시 수치(오른쪽)여사와 틴쩌.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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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분위기, 수치 최측근 ‘틴 쩌’ 대통령 당선 전망
AFP 통신 “수치 전 운전사가 기어 넣었지만 운전대 수치가 잡아”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자신을 대신해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 후보로 틴 쩌(70) 등 2명을 지명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NLD)의 압승을 이끈 수치는 10일 의회 하원이 추천할 대통령 후보에 자신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운전사인 틴 쩌를 지명했다고 <미얀마 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또 상원 추천 몫의 대통령 후보엔 소수민족 출신의 자당 소속 상원의원인 헨리 반 티유가 지명됐다. 군부가 주축인 통합단결발전당은 현 부통령인 싸이 막 칸을 대통령 후보로 추천했다.
미얀마 헌법은 의회 상원과 하원, 그리고 전체 의석의 25%를 무조건 할당받게 돼 있는 군부가 각각 한 명씩 모두 3명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한 뒤 의회가 투표로 당선자를 가리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나머지 2명은 득표순으로 제1부통령과 제2부통령이 된다. 미얀마 의회는 10일 오후 늦게 대통령 선거 투표를 시작하는데, 현지에선 수치의 최측근인 틴 쩌가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군부 출신의 테인 셰인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일 새 정부를 구성하고 미얀마의 실질적 민주화와 경제개발, 개혁·개방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수치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은 사실상 과도기 정부의 형식적 책임자에 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수치의 전 운전사가 (자동차의) 기어를 넣었지만 운전대는 여전히 수치가 잡고 있다”고 비유했다.
미얀마 군부가 개정한 현행 헌법은 본인 또는 직계가족 중 외국인 국적자의 대통령 입후보를 금지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가 영국 망명 시절 만난 남편이 영국인인 점을 겨냥해, 수치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조처였다. 수치는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뒤 “내가 차기 대통령이 될 순 없지만 그 위에서 실질적 지도자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비비시>(BBC) 인터뷰에선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라는 대사를 인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족민주동맹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사실상 아웅산 수치의 대리 대통령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치가 지명한 대선 후보 틴 쩌는 미얀마 헌정 사상 첫 민간정부 대통령이 유력하지만, 이번 대선 국면 이전까지는 미얀마 국민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만큼 조용하고 차분한 인물로 알려졌다. 수치와 민족민주동맹은 이날 오전 대선 후보를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수치 본인과 최측근 몇 명 말고는 후보 지명자를 알지 못할 만큼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틴 쩌는 수치보다 한 살 아래로, 수치와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틴 쩌의 집안과 수치가 맺은 인연도 끈끈하다. 틴 쩌의 아버지 민 투운은 미얀마의 유명 작가이자 ‘국민 시인’으로, 1990년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군부가 총선을 무효화하는 바람에 실제 의정활동을 하진 못했다. 또 틴 쩌의 장인인 르윈은 수치와 함께 민족민주동맹의 창당 동지로 주요 당직을 역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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