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9 18:21
수정 : 2006.04.15 12:12
1만5천여명에 이르는 뉴질랜드 한인사회에서 유행하는 신종 은어 가운데 ‘오과부’란 말이 있다.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남편과 떨어져 혼자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주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뉴질랜드판 ‘기러기 아빠’들도 있다. 이곳에 이민 온 뒤 거꾸로 아내와 자식을 한국에 내보내고 뉴질랜드에 홀로 남은 남편들을 말한다.
그렇잖아도 타향살이로 외로움을 느끼는 터에 ‘오과부’나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되면 더욱 처량하기 그지 없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이들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맺어져 교민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8년째 혼자서 남매의 유학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40대의 한 주부는 이곳의 ‘기러기 아빠’와 눈이 맞았고, 또다른 ‘오과부’는 부인이 영어강사로 한국에 돈벌이 나간 ‘기러기 아빠’와 열애에 빠졌다.
조기유학온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러 온 일부 주부들의 행태도 자주 입방아에 오른다. 집안 형편이 넉넉한 이들은 많게는 대여섯명씩 고급차를 타고 몰려다니며 돈을 물쓰듯 쓰고 여흥을 즐기는 ‘유한마담’ 생활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문으로 끝나지 않고, 오과부와 기러기 아빠들이 남몰래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 꼬리가 밟힌 사례도 허다하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간통죄라는 게 없어 처벌 받지는 않는다. 사생활 영역을 중시하고 자유분방한 사회 분위기도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방조하는 한 요인이다.
이런 사건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자녀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있는 다수의 ‘오과부’들은 자신들까지 한꺼번에 매도될까봐 어쩔줄 몰라 한다.
오클랜드/이영범 통신원
dlflr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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