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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31 21:24 수정 : 2015.12.31 21:24

31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시장에서 한 여성이 자전거에 판매할 바구니들을 잔뜩 싣고 끌고 가고 있다. 캄보디아를 포함한 아세안 회원국들은 이날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한 아세안공동체(AC)를 공식 출범시켰다. 프놈펜/AFP 연합뉴스

라오스·미얀마·필리핀 등 10개국
인구 6억3천만명 세계 3위 규모
설립추진 합의 12년만에 결실
‘젊고 싼’ 경제 노동력 밑바탕
‘세계의 공장 ’ 중국지위 위협
사회불안 공동대처 교류 활성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31일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 AC)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인구 세계 3위, 면적 세계 7위 규모의 단일 공동체가 탄생하면서 세계 경제·안보 지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다만, 당장 새로운 공동체가 출범했다기보다는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지난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이날 경제공동체(AEC), 정치·안보공동체(APSC), 사회·문화공동체(ASCC)로 구성된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켰다. 1967년 5개국의 안보협력 모색을 위해 아세안을 결성한 지 48년, 2003년 아세안 공동체 설립 추진에 합의한 지 12년 만이다.

아세안공동체(AC) 10개국 현황
특히 경제공동체는 가장 구체적인 통합의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상품, 서비스, 투자, 자본, 숙련 인력의 이동 장벽을 최소화해 경제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세안 순번제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진정한 단일 시장과 단일 생산기지를 확실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2조6천억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인 역내 국내총생산(GDP)을 2030년까지 5% 늘려 세계 4위 규모 경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평균 연령 28살(중국 36살)에 인건비가 중국의 20~60% 수준인 ‘젊고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지위를 중국으로부터 넘겨받을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유럽연합(EU)처럼 단일통화에 기초한 시장 통합과는 다르다. 오히려 싱가포르가 자본·기술력을, 말레이시아가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두 나라가 알아서 결정하는 방식의 각국간 ‘상호보완적 모델’이 강조된다. 집행위원회 등 초국적 별도 기구가 집행기관 구실을 하는 유럽연합과 달리, 아세안경제공동체 사무국은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다.

애초 안보협력을 위해 꾸려졌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협력을 강화해온 아세안은 역내 관세율을 꾸준히 낮춰왔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의 관련 보고서를 보면, 초창기 가입 6개국은 무관세율이 2012년 기준 99.11%로, 쌀 등 일부 민감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이 이미 무관세로 교역된다. 후발 4개국(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은 대략 0~5%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아세안 역내 화물 통관을 간소화한 ‘아세안 싱글윈도’ 프로그램 등도 교역을 촉진했다.

에이치에스비시(HSBC)의 분석가 조지프 인캘커테라는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자유로운 교역은 이미 이뤄졌고 정치적 우려로 숙련 인력의 이동은 곤란할 테니 역내 서비스 및 투자 시장 개방이 가장 실질적인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설치한 비관세장벽과 투자 규제 등은 여전히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안보공동체와 사회·문화공동체는 테러, 해양 갈등 등 안보 및 사회 불안 등에 대한 회원국간 공동 대처를 추진하면서 각종 교류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공동 대응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간 정치체제 차이가 크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필리핀 같은 대통령 중심제 민주주의 국가와 타이 같은 입헌군주제 국가부터, 공산당이 집권한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군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얀마, 무슬림 왕정 국가인 브루나이 등 다양한 체제가 존재한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중국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원국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사례도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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