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 네가족 재정착 위해 한국 온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실시되는 재정착 난민 제도를 통해 23일 입국하는 미얀마 난민 꾸 뚜네 가족의 모습. 법무부 제공

한국 찾은 미얀마 난민 ‘병만네 가족’

타이 난민촌 10년간 피신생활
꾸 뚜네 등 22명 법무부 심사통과
‘한국서 새로운 기회 얻고파’

작년 시행 ‘난민법’ 따른 첫 사례
3년간 해마다 30여명씩 받기로

엄마와 아빠, 2남3녀 아이들, 조카 1명. 이렇게 8명으로 이뤄진 미얀마 난민 꾸 뚜네 가족이 오늘 한국에 온다. 미얀마 정부군을 피해 타이의 난민촌 맬라(Mae La)캠프에서 지낸 지 10여년 만이다. 아빠는 타이 벌목회사에서 일하다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에 의족을 차고 있지만, 민소매 티셔츠에 멋진 근육을 자랑하며 가족 8명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다부지고 유쾌한 모습이 방송인 김병만씨와 닮아, 한국 법무부 직원들은 이들을 ‘병만네 가족’이라 불렀다. 꾸 뚜네 가족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춤추는 것을 즐길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 이들이 한국을 새 정착지로 선택한 이유다. 아빠는 타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카렌어와 영어도 구사할 수 있는 큰딸과 조카가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법무부는 22일 “꾸 뚜네 가족을 포함해 미얀마인 재정착 난민 네 가족 22명이 23일 한국에 도착한다”며 “이들 네 가족은 서류심사, 신원조회, 현지면접조사 등 국내 정착 가능성과 사회통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재정착 난민’이란 해외 난민 캠프에 머무는 난민들 가운데 한국으로 재정착을 희망하는 이들에 대해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면접 등 심사절차를 거쳐 국내에 수용하는 제도다. 자발적 귀환이나 지역 통합과 함께 난민 문제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50년대부터 추진돼 28개국이 재정착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2010년 처음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7월 시행된 난민법에 근거를 마련하고 올해 처음 시행한다. 앞으로 3년간 해마다 미얀마 난민 30명 정도를 재정착 난민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며, 이들의 정착 및 적응 과정 등을 검토해 정식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 네 가족은 한국인 배우자가 있는 경우 등에 주어지는 거주 비자(F-2)를 받아 체류하게 되며, 입국 후 6~12개월 동안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과 한국 사회 적응 및 기초 법질서 교육, 현장 체험교육 등을 받게 된다.

디르크 헤베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는 법무부에 “한국이 난민법 시행 2년 만에 재정착 난민을 수용한 것을 환영하고, 재정착 난민이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국민들과 조화를 이루어 대한민국에 큰 기여를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