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어시장의 노동자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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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들, 미얀마 이민자들 노예처럼 부려…아픈 날에도 일 시켜
태국 정부·경찰 부패…단속해도 업주·인신매매 조직은 처벌 안 해
매일 새벽 2시, 문을 발로 차는 소리와 ‘일어나’라는 소리에 31번(No 31)이라 불리는 남성은 아내와 함께 잠에서 깼다.
31번과 아내의 긴 하루는 이렇게 새벽 2시에 시작해 16시간 노동이 끝나면 마무리된다.
태국 중남부 사뭇사콘의 작업장에서 이들 부부가 하는 일은 전 세계 음식점과 시장에 공급되는 새우의 껍질을 벗기는 작업이다. 이들은 수 시간 동안 차가운 얼음물에 손을 넣고 새우 껍질 벗기기에 임한다.
AP통신 탐사보도팀은 미국, 아시아, 유럽 등에서 판매되는 껍질 없는 새우들이 이처럼 ‘현대판 노예’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다며 그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대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얀마 출신의 31번과 아내가 새우 껍질 벗기기 작업장에 팔린 이후 이들의 삶은 약 100명의 다른 미얀마 이민자들을 거느리는 태국인 업주로부터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일하는 작업장에는 작업대가 높아 손도 올릴 수 없는 소녀들까지 받침대를 놓고 작업했다. 이들 중에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저임금이나무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태국인 업주는 이들 노동자를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렀다. 31번의 이름은 틴 니오윈이다.
틴 니오 윈은 “잠깐 작업장에서 일한 후 충격을 받았다”며 “아내에게 ‘이렇게 가다간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틴 니오 윈과 아내는 새우 껍질을 빠르게 제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작업장에서‘소’나 ‘물소’로 불렸다며 음식을 먹을 때만 외출이 허락되고 언제나 감시가 붙는다고 덧붙였다.
새우 껍질 벗기기 노동자 대다수는 틴 니오 윈처럼 작업장 업주에게 팔려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법 노동자이기 때문에 작업장 업주는 툭하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위협하며 이들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합법적인 이민자들도 업주가 신분증명서를 강탈해 떠나지 못하도록 했다.
업주는 또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의 빚을 책정해 상환 전까지 작업하도록 했다.
태국의 새우 껍질 벗기는 여성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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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어시장의 새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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