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24 21:12
수정 : 2015.11.2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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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터키의 F-16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시킨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가 추락한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터키의 <하베르튀르크> 방송이 내보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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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 침범해 전투기 출동”
러 “시리아 영내 안 벗어났다”
“조종사 2명 탈출, 1명 반군에 피살
1명은 실종” 보도 나와
나토국, 50년대 이후 러시아기 첫 격추
푸틴 “러-터키 관계에 심각한 결과”
전투기가 터키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한 견해차로 갈등을 빚던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가 더 악화돼,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터키 군당국은 성명을 내 “24일 아침 9시20분께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전투기가 하타이주의 야일라다으 영공을 침범해 5분 동안 10차례의 경고를 보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며 “영공을 순찰하던 2대의 F-16 전투기가 이 전투기를 격추시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격추된 전투기가 자국의 수호이-24 전투기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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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터키의 F-16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시킨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가 화염에 휩싸여 추락하는 장면.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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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 쪽은 격추된 전투기가 시리아 영내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1950년대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소련이나 러시아군의 항공기를 격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대단히 심각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전투기에 탄 승무원 2명은 추락 직전 낙하산으로 탈출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쪽은 러시아 전투기는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지역인 라타키아주의 투르크멘 산악지역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투르크멘 산악지역은 최근 러시아의 공습 지원을 받아 시리아 정부군이 공세를 펼쳤던 곳이다. <에이피>(AP) 통신은 현지 반군들의 말을 따,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 한명을 반군들이 사살했고, 한명은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투기 격추사건과 관련해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는 외무장관에게 나토와 유엔, 관련국들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나토는 터키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북대서양이사회(NAC) 특별회의를 개최했다.
터키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공습을 시작한 뒤부터 자국 영공을 침범하는 행위에 경고를 보내왔다. 지난 10월 러시아 전투기가 두 차례 터키 영공을 침범했고, 이에 터키 쪽은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시 “이런 것(영공 침범)을 계속 참을 수는 없다. 터키를 공격하는 것은 나토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터키 전투기들은 지난달에도 터키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무인비행기(드론)를 격추시킨 바 있다. 러시아는 무인비행기가 자국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터키는 최근 시리아 내의 터키족인 투르크멘을 러시아가 공습하는 것을 강하게 비난해 왔으며, 유엔에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의 투르크멘 지역에 대한 공격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특히 시리아 내전 이후 터키는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주장한 반면,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며 내전에 직접 개입했다. 터키 쪽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라며 러시아의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터키를 방문해, 양국의 관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번 전투기 격추로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하면 프랑스 파리 테러로 형성되는 대이슬람국가 공동전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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