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13 18:24
수정 : 2016.04.04 21:57
수치 이끄는 민족민주동맹 과반 의석 확보
중국과 소원한 사이 관계개선 노리는 미국
경제특구로 중국과 미국 틈 파고드는 일본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과반 압승이 확정됐다. 총선 이후 미얀마를 향한 미·중 등 주변국들의 발걸음이 잦아질 것으로 보여, 미얀마가 아시아의 외교 핫스팟(열전 지대)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미얀마 선관위에 따르면, 민족민주동맹은 이날 개표 상황에서 348석을 확정했다. 미얀마의 상·하원 전체 의석은 664석이나 7개 선거구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아서, 민족민주동맹은 과반인 328석을 넘긴 것이다. 민족민주동맹은 이날 현재 하원에서 238석, 상원에서 110석을 확보중이다. 미얀마 대통령은 상하원에서 과반 득표로 당선된다.
민족민주동맹의 지도자 아웅산 수치는 이미 야당 지도자로는 국제 외교상 전례없는 의전을 받으며 미국과 중국 등의 지도자들과 회담을 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미 두차례나 미얀마를 방문해 수치와 회동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6월 수치를 초청해, 정상에 준하는 회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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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얀마 내의 대형 외국투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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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치는 미얀마의 전통 외교노선인 비동맹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미얀마는 1960년대 초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정부 이후 서방과 사회주의권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비동맹 외교노선을 펼쳐왔다. 하지만 미얀마는 1988년 민주화운동과 1990년 총선 결과를 짓밟고 재집권한 군사독재 정권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제재와 고립 속에서 중국에 경사된 외교 노선을 취해왔다. 미얀마는 2010년 전후로 시작된 군부의 점진적 민주화 조처 이후 외교 노선의 전면적 수정에 들어갔다.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친중 노선을 축소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얀마 북부에서의 대규모 수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취소해야만 했다. 서방과의 유대가 깊은 아웅산 수치의 민족민주동맹의 집권으로 미얀마 정부는 서방 쪽으로 더 다가설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중국 쪽은 미얀마의 정권 교체를 새로운 관계 확대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이후 미얀마의 군부정권으로부터 외교적으로 역차별을 받았다고 느끼고 있다. 정통성을 가진 미얀마 정부는 자신들의 경제개발에 가장 도움이 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얀마는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중국은 이를 제공할 최적의 입지에 있다.
이는 여전히 미얀마에 대한 각종 제재를 풀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처지와 비교된다. 미얀마에서 미국의 역할 확대를 막는 최대 문제는 군부정권과 깊은 관계를 지닌 미얀마 기업인들이 여전히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총선 이후 미얀마에서 미국은 영향력을 확대시킬 것이 분명하나, 미얀마를 확고한 친미노선으로 돌려놓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미얀마가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미국으로부터는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그 틈을 파고 들고 있다. 일본은 최근 들어 양곤 남부 틸라와 항에 미얀마 정부와 공동으로 경제특구를 설립해 경제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최근 미얀마 내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은 일본이 대부분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 전반에서 중국과 영향력 다툼을 벌이는 일본은 미얀마를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와의 관계개선이 가장 절박한 나라는 인도다.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시급한 안보 위기로 보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미얀마가 동아시아 경제권과 인도를 연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라지브 바티아 전 주미얀마 인도 대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중국이 인도 주변국인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인도양에서 해군력을 증강시키는데 맞서는 전략이다.
총선 이후 미얀마의 외교 행보를 점치는 최대 포인트는 미얀마와 미국의 군사관계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새 정부가 미국과의 군사관계의 물꼬를 튼다면, 이는 미얀마의 친서방 경도 노선을 말해주는 것이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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