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10 20:35
수정 : 2015.11.10 20:35
|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민족민주동맹(NLD) 대표가 9일 양곤 당사에서 연설을 한 뒤 승리를 자신하는 듯 지지자들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
미얀마 총선 뒤 첫 인터뷰서 정권교체 확신
대통령 못되지만 실질적 지도자 역할 다짐
“어떤 직함이든 명칭일 뿐입니다. 장미의 또다른 이름이죠.”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70)가 10일 총선 이후 처음으로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입니다”라는 대사를 인용했다. 미얀마의 현행 헌법상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순 없지만 “총선에서 이긴 정당의 지도자로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그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믿는다”며 “내가 개방적이고 국민들과 소통한다면 훨씬 더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는 이날 양곤의 자택 정원에서 한 인터뷰에서 “민족민주동맹이 의석의 약 75%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하원 전체 664석 중 군부에 할당된 몫인 25%(166석)를 빼더라도 여유있게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수치는 “이번 선거가 공정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자유로웠다”며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집권 세력의 투표방해) 위협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치는 “군부는 25년 전 총선 결과를 뒤집고 당신을 계속 가택연금했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시대가 다르고, 사람들이 다르다”고 말했다. “1990년 총선에 이어 2012년 보궐선거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했어요. 소통 혁명이었죠. 이건 큰 차이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정보로 연결돼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압니다. 군부가 불법적인 개입을 하기가 훨씬 더 어렵게 됐습니다.”
수치는 총선 이후 국민화합도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소수민족인 로힝야 무슬림 50만명이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민족민주동맹도 무슬림 후보를 내지 않은 데 대한 비판에 대해, 수치는 “무슬림을 보호하겠다. 증오를 부채질하는 이들은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증오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국민은 평화를 원한다고 확신합니다. 사람들은 증오와 공포를 자양분 삼아 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