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10 19:23
수정 : 2015.11.10 20:41
53년만에 정권교체 앞둔 미얀마
지난 8일 치러진 미얀마 총선 결과가 개표 중인 10일,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을 지지한 이 나라 국민들은 53년만에 정권 교체가 눈 앞에 다가왔음을 확신하며 벅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 다음날인 9일 민족민주동맹의 승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미얀마 시민들은 밤늦게까지 거리 곳곳에서 손가락에 묻은 보라색 투표 잉크를 들어보이며 자축 분위기에 휩싸였다. 양곤의 민족민동맹 당사 앞에선 수많은 군중이 전광판에 써진 비공식 개표 결과를 지켜보았으며, 새 집계가 나올때마다 소셜미디어 등으로 전파했다고 <미얀마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민족민주동맹의 압승이 기정사실화된 10일 오전엔 양곤에 있는 아웅산 수치의 자택으로 70대 할머니가 찾아와 미얀마 지도 모양의 금박 루비 브로치를 축하선물로 전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타이타이라는 이름의 할머니는 “이 브로치를 40년도 넘게 간직해왔는데, 이젠 수치가 장식할 시간이지요. 승리의 선물이랍니다”라고 말했다. 거리 행상을 하는 한 시민도 “어머니 수(수치의 애칭)의 승리를 바랍니다. 그를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해요. 그가 우리 나라를 아주 좋은 방향으로 바꿀 겁니다”라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가 10일 오전 9시(현지시각)에 발표한 최신 개표 현황을 보면, 상·하 양원과 지역의회 선거구 중 집계가 완료된 159곳에서 민족민주동맹이 144석을 휩쓸었다. 하원 의석은 당락이 확정된 88곳중 78곳을 차지했다. 집권 통합단결발전당은 7석에 그쳤고, 나머지는 소수정당들에 돌아갔다.
군부 출신의 유력 정치인으로 집권 통합단결발전당의 대표와 하원의장을 지냈던 쉐만 후보는 10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총선의 지역구 경쟁자였던 “민족민주진영 후보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쉐만은 이 포스팅에서 “이날 아침 일찍 상대후보의 집에 찾아가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족민주동맹은 10일 “선관위가 일부러 개표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으며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며 경고성 의혹을 제기했다. 윈 테인 대변인은 “선관위가 개표 결과를 찔끔찔끔 내놓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9일 미얀마 선관위는 선거결과 발표 일정을 묻는 기자들에게 “완전히 투명하게 개표를 하고 있으며, 되도록 빨리 발표하려 한다”며 “(최종 발표는) 개표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에 달렸다고 밝혔다고 <미얀마 타임스>가 전했다.
선거 결과의 최종공표가 아직 않은만큼., 각국 정부는 공식 논평을 삼가며 개표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다만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얀마라는 공식 국호 대신 버마라는 국호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선거 과정은 고무적이며, ‘버마’의 민주 개혁과정에서 중요한 걸음을 상징한다”고 논평했다.
미얀마 군부는 ‘8888항쟁’(1988년 8월8일 대규모 민주화 시위)을 진압한 이듬해인 1989년 전통적인 국호인 버마를 미얀마로, 옛수도인 랑군의 지명은 양곤으로 바꿨다. 영국 식민시대의 잔재를 없애고 버마족 뿐 아니라 다른 소수민족을 포용하는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구실이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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